외유를 마치고 오자마자 귀가해서 뻗었다.
내리 아홉 시간을 잤다. 피곤했나 보다. 잠이 보약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밀린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서야 이제야 한숨을 돌렸다.
장을 보러 갔다. 근방에 시장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제철 청과물을 싸게 살 수 있다. 요즘 물가가 미친 듯이 올랐다.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뻥이 아닌 듯. 외식비도 장난이 아니다. 어딜 가나 밥 한 끼에 기본 만 원. 매 끼니를 밖에서 먹는다면 나가는 식비도 무시 못할 것이다. 집밥을 해먹을 여유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배달음식을 먹지 않는다. 비싼데 심하게 짜고 달고 자극적이라 맛도 없을뿐더러 뭣보다 일회용 배달용기 플라스틱 쓰레기가 끝도 없이 나오는 게 너무 싫다.
생수나 주스 탄산음료를 사 먹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빈 플라스틱이나 캔 용기가 쌓이는 게 싫다.
그래서 물은 되도록 수돗물이나 보리차를 끓여 마신다.
장 보러 갈 때는 장바구니를 사용한다. 가방 속에 늘 휴대용 천 장바구니를 넣고 다니는데 어느 때고 장을 볼 때면 비닐봉지 대신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비닐 공해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쓰레기를 앙산 하고 싶지 않다.
지구상의 모든 짐승은 자연에서 얻은 것만으로도 살아가는데 오직 사람은 움직일 때마다 숨 쉴 때마다 가는 곳곳마다 쓰레기를 만든다. 그 생각을 하면 내 존재 자체가 공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일상에서 지키고 싶은 것들이다. 최소한의 작은 실천이랄까.
시장에서 쑥을 떨이로 팔길래 냉큼 집었다.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을까 해서 요리법을 검색했더니 찜기에 찌고 어쩌고. 찜기도 없고 귀찮아서 그냥 쑥국을 끊이기로.
들깨 듬뿍 버무려 들깨쑥국.
낫또 올린 밥.
낫또를 즐겨 먹던 친구에게 이 맛을 배웠다. 친구 덕분이다. 요즘은 낫또콩을 끼니마다 먹는다. 식사 대용으로 먹거나 맨밥 먹기 싫을 때 낫또 올리고 간장에 겨자 또는 참기름 넣어 달걀 프라이 올려 먹으면 사라졌던 입맛이 돌아온다. 국산콩이나 검은콩 낫또를 생협에 갈 때 왕창 사다 냉동고에 얼려두고 심심할 때 끼니 때마다 꺼내 먹는다.
오늘 밥상.
우렁부추된장국.
들깨뭇국.
두부토마토샐러드.
사과바나나블루베리 넣은 미숫가루.
똑같은 거 먹기 싫을 때 꾀를 낸다.
두부샐러드를 해놓으면 밥이나 빵과 곁들이면 한 끼로 충분.
나물 반찬 해놓으면 다 섞으면 또 비빔밥.
명란 젓갈이나 낫또 사다 놓은 거로 밥에 비벼서 계란 프라이 하나 얹으면 또 다른 맛이다.
질리면 낫또나 명란 계란말이로 살짝 변형을 준다.
거기에 국 하나 추가해서 먹으면 일주일은 거뜬히 먹을 수 있다.
소식하기 때문에 무리 없다.
돌아가면서 다른 식으로 응용하면 다양한 식단이 가능하다.
주변에서 가끔 저더러 밥은 잘 먹고사냐?라고 묻는데요.
저는 이렇게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