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였을까? 그건 아니었을 거야.
네가 있을법한 장소였지만 동시에 절대 너일리 없는 곳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번에는 닮아도 너무 닮았어.
나는 시시콜콜한 미신은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사주는 가끔 보지만 그것에 삶을 걸어두지 않으려 애쓴다. 당연히 도플갱어니 분신이니 하는 것들도 썩 믿지 않는다. 나는 그저 김치찌개를 믿을 뿐이다.
이제는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공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떨어질 것만 같은 마음을 부여잡고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만 한다 생각하며 구태여 부정하는 것을 보면 감정은 너무 멀어져 다른 옷을 입어버린 것만 같다. 널 닮은 사람을 보았다. 사실 많이도 보았다. 오늘의 이곳뿐만 아니라 어딘가의 어느 곳에서든 보아왔다. 사실 얼마나 닮았는지, 그것이 진짜 너인지, 혹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도플갱어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김치찌개만 생각난다.
네가 응원하던, 내가 응원했었던 야구팀의 마지막 우승을 확정 짓는 날이었다. 이뤄지지 않을 확약들을 주고받았다. 이리저리 장소를 옮기다 김치찌개를 먹었다. 그 경기로 말미암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야구팀과, 나와, 너와, 김치찌개는. 너는 작은 화면 속으로 정말이지 들어갈 것만 같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영광스러운 우승의 순간을 목도하고 너는 기분 좋게 김치찌개를 먹었다.
웃기는 것은 그 이후에도 우린 종종 밥을 먹었고 마무리 짓지 않았지만 자꾸만 김치찌개 앞 그때가 생각난다. 한가하다 못해 고요했던 식당. 자그맣게 들리던 중계진의 외마디. 네 웃음소리. 간헐적인 달그락 소리. 부그르르 끓어오르던 찌개. 그 밤의 명암마저도 뚜렷하다. 가장 일상다운 순간을 가장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은 분명 그날의 김치찌개다. 혹, 다른 음식이었다면 흩어져갈 날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어떤 상징처럼 남았다.
꼭 마지막이었던 것처럼.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하지만 의외로 아니었던 것처럼. 그렇게 나는 한 해가 잘 풀릴 것이라는, 올해는 꼭이라는, 복 많은 1년 되리라는 미신은 잘 믿지 않는 편이다. 그에 줄줄이 뒤따라올 우연도 석연치 않은 법이다. 미신과 우연이 실체화되었다면 왜 야구팀은 이제껏 우승을 하지 못했나.
내가 믿는 것은 하나다. 끓어오르던 김치찌개. 맛도 향도 특별할 것 하나 없었지만 상징으로 남아버린 그 음식. 어쩌면 그 앞에 널 닮은 이가, 도플갱어가, 네가 나타난다면 믿을지 모르겠다. 우승과 함께, 복과 함께, 믿음과 함께.
김치찌개를 믿으세요?라고 묻는다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