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이트 치앙마이

by 식작가

공항 에어컨의 보호를 벗어나 출구를 나섰다. 어? 할만한가? 싶다가 수분을 잔뜩 머금은 공기가 내 피부를 때리자 내가 비로소 우기의 치앙마이 땅에 서있구나 싶었다. 혼자서 말이다. 한국에서 미리 등록해 본 볼트 결제가 몇 번이나 실패해서 결국 다시 공항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 마음을 먹었지만 공항을 벗어나는 그 순간 계획대로 되지 않아 헛웃음만 나왔다.


미리 예약한 그럭저럭 적당한 호텔에 짐을 풀고 아주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즉흥여행을 해봐야지 싶다가도, 눈에 보이는 로컬 식당에 들어가야지 싶다가도 나는 결국 주절주절 인터넷을 뒤졌다.

'님만해민 새벽 식당'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대부분의 블로그에서 하나의 식당을 말해주었다. 이곳에서 흔치 않게 새벽 두 시까지 하는 밥집이었다. 큰 도로를 건너고, 몇 개의 대마초 간판을 지나고, 다시 몇 개의 시끌벅적한 로컬 술집을 지났다. 마지막으로 꽤 많은 담배연기를 뚫고서 식당에 도착했다. 치안이 좋은 곳이라지만 가로등 하나 없는 으슥한 골목과 불쑥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어둠에서도 빛을 내는 담뱃불은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느 유흥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으며 식당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덥고 습하지 않아 땀을 적당히 흘린 것에 위로를 삼으며 다시 한번 한국의 날씨에 혀를 내둘렀다.


서양인 몇 명과 현지인 몇 명이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나무 의자를 빼고 주문을 했다. 그래도 태국 하면 팟타이지 싶어 팟타이와 오징어 튀김을 주문했다. 아, 맥주도 함께. 실내가 아니라 선풍기가 털털거리며 돌아갔지만 그리 덥지 않았다. 다시 한번 정말 다행이지 싶었다. 그럭저럭 맛있었다. 새우 머리가 들어가 꽤 맛이 좋았다. 오징어 튀김은 폭신하다 못해 푹신거렸다. 베트남에서도 느꼈지만 이 동네 튀김은 대부분 빵 같은 식감이었다. 치앙마이에서 튀김을 주문할 일은 그닥 없어 보였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했던 다짐을 나는 식사 내내 지켰다. 혼밥을 하면서 절대로 휴대폰을 하지 않을 것. 휴대폰을 하면 뭔가, 뭔가 마지못해 혼자 온 사람인 것 같아 보였다. 휴대폰을 뒤집어 올려놓고 음식과 주변에 눈을 돌렸다.


치앙마이의 첫인상은 이랬다. 너무 덥지 않았다. 아직은 이곳이 방콕인지, 호치민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유흥가는 꽤 간담이 서늘해졌다. 맥주는 꽤나 비쌌다. 음식은 적당히 맛있었다. 테이블이 끈적였고 확실히 물은 유료였다. 음식양이 그리 많지 않았고 돌아가는 길 역시 꽤 무서웠다. 그랬다.


나이트 치앙마이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