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차선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이곳의 법도대로 차와 오토바이를 재량껏 피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토바이 한 대와 눈치싸움을 했다. 내가 먼저? 아니면 너가 먼저? 제복을 입은 그 분은 오토바이를 멈추고 활짝 웃으며 먼저가라고 했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도로에서의 호의였다.
2.
국립공원 트래킹 투어를 함께 하던 한 외국인이 모기에 물린 모양이다. 잠깐 멈춰서 기피제를 뿌렸다. 앞에 가던 한국인들도 물린 모양이다. 쉬는 시간에 기피제를 뿌렸다. 어쩐지 나도 무지하게 모기에 잘 물리는 채질인데 앞 뒤에서 모기를 강력하게 유혹해서 내가 물리지 않았나보다. 그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속으로 슬그머니 웃고 있었다. 10분 뒤, 나는 다리를 미친듯이 긁적였다. 기피제로부터 도망친 놈들이 내 다리에서 안식을 찾은 모양이다.
3.
한식을 절대로 먹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금주령이 떨어지던 첫날, 나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집었다. 기름진 것을 유독 많이 먹어서 맥주로 그것을 내려야겠다고 다짐하던 날이기도 했다. 신라면은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태국 컵라면을 골랐다. 번화가 대형 전광판에서 연일 광고를 하던 그것이었다. 스파이시 시푸드. 언제나 옳은 그 단어를 나는 믿었다. 숙소로 돌아와 정갈하게 씻었다. 포트에 물을 넣었다. 부그르르 끓어오르던 물을 컵라면에 부었다. 3분 후, 나는 구원을 얻었다.
4.
모기가 꽤나 있었다. 두 방을 물리고서야 테이블 위의 기피제를 뿌렸다. 고양이 한 녀석이 내 옆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몇 시간 전 내린 비로 바닥과 의자는 축축했다. 후덥지근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순간을 평생 기억할 것 같았다. 콘서트를 즐기지 않는 내가 내 발로 간 몇 개의 재즈바는 치앙마이의 가장 깊은 자국으로 남을 것이다. 힘들었지만 묘하게 위로를 받은 그 순간들.
5.
떠나는 날, 공항에서 빅맥을 먹었다. 실로 오랜만에 먹은 자본주의의 맛이었다. 이곳의 평균 외식값을 생각한다면 꽤나 비싼 금액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먹었다. 조금이라도 더 싼 맥주를 먹기 위해 발버둥치던 순간이 무색하게 나는 지갑을 열었다. 그 아는 맛이 대체 뭐라고. 배가 고파서 먹은 것은 아니었다.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먹었다. 여행의 끝은 맥도날드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