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온 지 5일차 만에 가장 완벽한 재즈바를 찾았다. 가깝고, 맥주가 싸고, 음식이 맛있었다. 시끄럽지 않았고 적당히 소란스러웠으며 의자가 편했다. 음향도, 노래도 꽤 좋았다. 야외 공간이 있어 나무와 풀 아래에 앉을 수 있었고 너무 밝지 않았다. 외진 곳에 있어 걷는 내내 들개와 괴한을 겁내했다는 것만 빼면 나에게 완벽한 곳이었다. 이곳에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오리란 다짐을 했다.
나는 다음날 밤에도 들개와 괴한의 길을 걸으며 그곳에 당도했지만 불은 꺼져있었고 노래는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다? 평일이어도 영업을 한다고 했는대? 발길을 돌리며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구글 지도를 켰다. 정상영업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는데 괄호 안에 처음보는 영문이 적혀있었다. 오늘도, 그 다음날에도. 허한 속을 달래려 편의점으로 가는 길에서 GPT에게 물어봤다.
불교와 관련된 태국의 연달아 있는 큰 공휴일이라는 것을 하루가 다 가고 재즈바에 갈 시간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리고 불교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은 태국에선 불교와 관련된 공휴일은 매우 엄숙해서 술 판매가 전국적으로 금지가 된다고 했다. 술집들은 그렇게 대부분 문을 닫았다.
난생 처음으로 금주령을 겪었다. 상시적으로 오후 2시부터 5시까진 주류판매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봤을 때 술에 대해 심상치 않은 곳임을 알았지만 당황스러웠다. 치앙마이에 온 이후로 가장 큰 상실감을 겪었다. 맥주 먹을 생각에 싱글벙글 나왔던터라 허망했다. 문화를 존중해야하지만 속으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그렇게 오늘과 내일, 이틀을 꼼짝없이 금주령을 체험하게 생겼다. 안그래도 시간이 부족한데 결국 겨우 찾은 그곳을 단 한 번 밖에 더 가지 못하게 생겼다. 편의점에도 맥주가 있는 워크인 냉장고가 부직포로 가려져 있엇다. 그리고 이틀간 주류를 판매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컵라면 한 개를 사서 돌아오는 길 내내 '유기농 대마초'를 파는 국가에서 금주령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