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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의 단상들1

by 식작가

1.

늘 그런다. 호텔 로비를 나오면 오늘은 좀 덜 덥구나. 이 정도면 걸을 만 한걸? 10분 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좀비처럼 에어컨을 갈구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로컬 식당들은 대게 에어컨이 없다는 점이다. 플리즈 턴 온 팬. 그것도 안되면 손짓으로라도.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아래에 늘 앉는다. 늘 그런다.


2.

Organic Cannabis. 대마는 물론(이건 당연하다) 흡연도 하지 않는 내게는 조금 웃긴 간판이었다. 유기농 대마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유기농 소주. 유기농 맥주. 유기농 패스트푸드. 내가 이쪽은 당연히 잘 모르기에 유기농 대마초가 어떤 점이 좋은지는 잘 모른다. 농약 없이 건강한 환경에서 키운 대마초는 달라도 좀 다를까. 해로운 농약은 없으니 다행이야! 뭐 이런...


3.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죽은 쥐를 봤다. 쥐라기보다는 거의 작은 고양이 크기였다. 생에서 본 길거리 쥐 중에 가장 크다. 죽었다는 표현보다는 돌아가셨다, 명을 달리했다가 더 어울렸다. 상처 하나 없이 배를 뒤집고 누워있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셨을까.


4.

길거리에서 여행객들이 입고 있는 코끼리바지가 부러웠다. 선데이마켓에서 사볼까 고민했지만 시장통도 그런 시장통이 없어서 포기했었다. 마침 적당한 옷가게가 있어서 들어갔다. S부터 XL사이즈까지 있었다. 하체에 제법 살이 붙어서 요즘은 XL 언저리를 입고 있는데 여긴 암만 봐도 L마저 커 보였다. 깊은 고심 끝에 M 사이즈 코끼리바지를 샀다. 정말 몇 년 만에 M사이즈 옷가지를 사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성공이었다. 아주 잘 맞았다.


5.

아무리 그래도 너무했다. 그 길고 넓은 대로변에 육교, 하다 못해 횡단보도 하나 없다. 이곳의 법도에 따라 부단히도 무단횡단을 시도했지만 아무리 봐도 황천길을 건널 것 같아 포기했다. 얼핏 왕복 8차선은 되어 보이는 도로를 날로 건너는 건 미친 짓이었다. 식당을 코앞에 두고도 15분을 돌아가야 하는 기분을 아는가. 볼트를 타고 있지 않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곳은 참 보행자에게 불친절한 도시란 점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볼트를 타고 있으면, 이곳은 참 운전자에게 불친절한 도시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어쩌란 거야.


6.

해가 뜨면 사원에 가야지. 사원을 모조리 돌던 오전에 내내 흐렸던 아쉬움을 해소하고 싶어 파란 하늘이 보이면 '왓'들을 둘러보기로 정했다. 카페에 앉아 있을 때 해가 내리쬐서 기분이 좋았다. 딱 30분만 책을 더 읽고 나갔다. 역시나 다시 흐려졌다. 제가 400원으로 한 기도 잘 들어주셨잖아요. 그날 길에서 구워졌다고 탄식해서 이러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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