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이 없는 여행은 혼밥이 필수다. 여행지에서 동행을 만들거나 강제되는 합석이 아니라면 혼밥은 어쩌면 혼자 여행의 기본 소양이다. 원체 혼자 밥 먹는 것을 좋아해서 그 부분에서 딱히 거부감을 가지진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열흘 가까운 여행에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가격부터, 메뉴 구성, 식사를 하는 시간과 속도까지 모조리 내가 통제권을 틀어쥐고 있다.
그래서 나는 치앙마이의 여러 맛집들을 잘도 쏘다녔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바비큐집부터 차가 쌩쌩 다니는 노점 스테이크집까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이 노점 스테이크집 요즘 들어 자꾸 생각이 난다. 싸구려 느낌이 풀풀 풍기지만 어딘가 레트로함이 묻어나고 단출한 구성에 맛은 기가 막혔다. 어쨌든 나는 여행 내내 맥주와 콜라로 목을 축였고 배가 부르더라도 풍족스럽게 주문을 했다. 꽤 저렴한 곳들을 위주로 갔지만 가끔은 사치스러운 주문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찾은 곳이 찜쭘 식당이었다. 태국식 샤브샤브로 독특한 모양의 토기에 이런저런 재료들을 넣어 먹는 음식이었다. 당연지사 날이 무척 더웠고 그 큰 대로를 건널방법이 없어 베트남식 길 건너기를 10분 넘게 시도하다 실패를 맛보고 20분을 빙 돌아 갔다. 여기서 이미 정신이 혼미했지만 엊그제부터 이 식당을 꼭 가보겠노라 다짐을 했기에 이를 악물고 걸어갔다.
맛집이라 살짝 이른 시간 갔지만 겨우 자리에 앉았고 내 자리에는 선풍기 바람이 간헐적으로 도달했다. 정말로 정신이 없어 주문서를 받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고 이런저런 앞의 일들로 혼이 더욱 빠르게 빠져나갔다. 양이 적다는 후기를 보고 채소를 두 판 주문했는데 너무 많았고 시원하게 먹으려던 맥주는 컵이 너무 시원한 나머지 살얼음으로 변해 컵에서 콸콸 흘러넘쳤다. 주문했던 소고기는 정말 조각이 작아 국물에서 녹아 사라졌고 정말이지 너무 더웠다. 소고기 대신 내가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어떤 식당에 가도 산발적으로 존재하여 든든하게 공간을 채우던 혼밥러들이 그날따라 유독 보이지 않았다. 무더위와 내 상황과는 별개로 맛있는 식당이었지만 여타 식사와는 달리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이날 식사의 어떤 요인이 나의 행복을 무너뜨렸는가. 하나 확실했던 것은 식사를 모두 마치고 치앙마이의 골목길을 걸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맛있었다. 근데 좀 심심했다.
어쩌면 샤브샤브란 음식이 국물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텅 빈 냄비에 어떤 재료를 어떻게 채울지 동행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었을까.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나눌 동행이 없어서였을까. 서너 개의 젓가락이 국물 사이로 돌아다니고 누군가 넣은 재료로 샤브샤브의 맛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그런 경험. 누군가가 넣은 고기를 누군가가 홀랑 다 먹은 그런 경험. 후식으로 죽이 나을지, 칼국수가 나을지 먹는 내내 대화하는 그런 경험. 모두 다 먹고 만족스럽게 가게를 나오며 좋았노라, 다음에 또 오는 것이 좋겠다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아른거리는 경험. 그런 경험을 나눌 동행이 없어서였을까.
혼자 여행은 99% 행복했었다. 아마 남은 1%는 이날의 찜쭘 때문이었을까.
맛있었다. 근데 좀 심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