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심을 높이세요. - 르네상스의 거장들, 땅끝까지 이르러
남편과 이탈리아 로마 여행할 때 세 가지 일일 투어를 신청했다. 로마 시티 투어와 바티칸 투어 그리고 하나는 남부 투어이다. 남부 투어는 당일에 시간을 잘못 알고 조식 먹고 여유 부리다 가질 못했다.
서로 누가 시간을 잘못 알았느냐를 가지고 약간의 실랑이를 벌였지만 뭐 어쩌겠는가.
여행 마지막 날이라 투어 계획만 있었는데 고민이 되었다. 로마에서 무엇을 할까 하고.
일단 마트에 가서 유명하다는 치약을 몇 개 사고 커피 좋아하는 우리는 모카포트도 구매했다. 시간이 또 남은 우리는 전날 시내투어에서 밖에서만 바라보고 설명만 들었던 콜로세움 안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투어의 아쉬운 점이 겉에서만 설명하고 건물 안에는 안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로마까지 왔는데 콜로세움을 못 들어가 보는 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더운 여름날 긴긴 줄을 서서 들어갔다. 이상하게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너무 피곤하다!이다.
“우리 의자에 좀 앉자.” 퀭한 눈으로 내가 말했다.
도저히 움직일 힘이 나지 않아 기념품 파는 곳 앞에 놓인 의자에 남편의 다리를 베고 30분을 자버렸다.
잠깐 휴식을 취한 우리는 고대 로마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로 발전한 로마 제국의 심장 같은 ‘포로로마노’ 안에도 들어가 보았다(지금은 흡사 폐허와도 같은 모습이지만 말이다). 전날엔 멀리서만 내려다보며 설명만 들었는데 시간이 남으니 자세히 더 살펴볼 수 있었다. 요즘 말로 완전 럭키비키잖아!
로마 시티투어와 바티칸 투어를 하면서 일일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교과서에 나오는 건축물들과 예술품들 조각들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이드님이 처음에 하는 말이 로마를 이야기할 때 기독교를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으니 종교가 없으신 분들도 이해해 달라는 말을 했다. 그림을 설명할 때는 예수님의 생애와 성모마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바티칸 시티의 조각이나 건물을 볼 때도 성모마리아와 예수님의 일생, 그리고 그 제자들에 대한 것들이다(바티칸의 피에타 조각상을 보면 종교가 없는 사람도 그 순간은 경건함이 절로 들지 않을까).
우리 부부는 기독교인이라 설명들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바로 ‘로렌초 가문’이다.
로렌초 가문의 후원이 없었다면 예술가들이 마음 놓고 예술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메디치 가문은 꼭 예술뿐만 아니라 종교, 학문, 예술, 상업. 국가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임금님과도 같은 추앙을 받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메디치 가문은 조반니부터 시작하여 조반니의 손주 로렌초에 이르러 메디치가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그래서 위대한 로렌초라고 불리게 되는데 오늘 소개하고 싶은 게임이 이 코리아 보드게임즈의 ‘위대한 로렌초’와 결이 비슷한 게임으로 ‘ 르네상스의 거장들’이라는 게임이다.
‘위대한 로렌초’가 좀 복잡하고 컴포넌트도 다양한 반면에 ‘르네상스의 거장들’은 주로 카드를 이용한 엔진빌딩 게임이다. 특이한 컴포넌트가 있는데 구슬과 구슬 트레이이다. 구슬을 밀어서 자원을 획득하는 부분이 재미있는 요소가 된다.
‘르네상스의 거장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 피렌체를 중심으로 부와 명성을 쌓아 올려 위대한 로렌초 데 메디치의 아성에 도전하는 1-4명 용 전략 게임이다.
‘스플랜더’보다 약간 어려운 듯하지만 한 게임만 해보면 감을 잡게 되는 게임으로 자원을 모으는 중에 교황에게 신앙심을 보여 총애도 얻어야 하는데 르네상스 시대 교회의 힘도 살짝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메디치가의 가문을 테마로 보드게임이 나오고 지금까지 사랑받는 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니 정말 ‘위대한 메디치’이다!
번외로 ‘르네상스의 거장들’이 천주교의 느낌이 드는 게임이라면 펀딩으로 제작된 (주)백훔의 ‘땅끝까지 이르러’는 대놓고 기독교의 초기 전파 과정을 담은 게임이다.
성경에서 ‘사도행전’의 이야기를 보드게임으로 만든 작품인데, 게임판에 있는 모든 도시에 그리스도교를 전파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컴포넌트도 재미있는 것이 성경에 나오는 인물 모양, 인물카드, 로마나, 예루살렘 같은 도시가 적혀 있는 작은 보드판, 십자가와 사탄 아이콘 등, 대놓고 ‘예수님을 전하자’ 하는 보드게임이다.
주목할 점은 일러스트에 있다. 세계적인 드로잉 아티스트인 ‘김정기’님이 일러스트를 맡았다는 점이다. 라이브 드로잉이라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분이며, sk이노베이션 광고로 대중에게 익숙한 분이다.
김정기 님의 일러스트도 화제가 되었지만. 게임을 가족들과 해보니 재미도 있었고, 지도로 이루어진 게임판에 실제 그 시대에 세워졌던 교회 지명 (에베소, 빌립보, 갈라디아 등등)이 어디에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로마군을 피해서 전도를 하러 가야 되는데 게임에서 로마군이 이길 수도 있다. 전도를 못했다는 그 찜찜한 기분에 한 판 더! 를 외치게 되는 게임. 교회에서 학생들과 한 판 하면 좋을 게임이다. 교회 역사를 알 수 있는 교육적 자료로도 훌륭하다.
안타깝게도 게임이 출시된 그 해(2022년 10월)에 김정기 님이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잘 알고 있는 지인이 돌아가신 것 같은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다시 게임을 꺼내 보았다. 게임의 그림들을 보니 예술 작품을 보고 있는 듯하다. 이것 만으로도 이 게임은 해볼 만하다.
사진출처: 제 소장품을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