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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Oct 11. 2024

식물 키우기에 실패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는 보드게임

식물은 그만 죽이고 게임으로 키우자 

프로 취미러인 내가 도전하지 않는 분야가 하나 있다면 바로  화분 키우기이다.


친구들에게 이끌려 화원에 가끔 가는 일이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나올 때 보면 내 손에 화분이 한두 개는 꼭 들려 있다.

화원 사장님께 꼭 물어보는 말은 “관리 잘 안 해도 되고 오래가는 식물로 추천해 주세요!”를 외친다.

주로 산세베리아나 선인장 혹은 나사에서 선정한 식물인 고무나무, 아이비 같은 것들을 추천해 주신다.

시댁 베란다에는 두 분이 정성껏 가꾸는 난과 각종 꽃이 피는 식물들이 있다. 욕심이 생겨 분갈이 한 작은 화분을 늘 들고 나오게 된다.


이렇게 저렇게 생긴 화분을 돌보기 위해(그러고 보니 반려 식물이라는 말도 있다) 인터넷과 책을 들춰보며 화분 키우는 법을 숙지하고 베란다에 햇빛과 응달이 반씩 드는 곳에 통풍도 신경 써 가며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는 것이 새로운 루틴이 될 정도로 열심히 돌봤다.

과습이 될까 싶어 손가락을 흙에 집어넣고 흙의 축축한 정도를 세심하게 살피고 여행 갈 때도 물이 마르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베란다 문을 열어두고 사는 집이라 통풍에는 문제없겠지. 남향집이니 햇볕은 모자라지 않을 거야. 물도 날짜에 잘 맞추어(가끔 빼먹음) 주고 시들했다 싶으면 저면관수(용기나 트레이에 물을 붓고 화분을 잠시 두는 방법)로 세심하게 살폈다.


오다가다 보니 화분이 좀 시들해진 것이 보여, 물을 주고 이리저리 옮기기도 했는데 화분은 건조기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수분 한 방울 없이 비틀어져 있었다.  

물을 주면 줄수록 더욱더 물을 원하는 사람처럼(엇, 영화 연가시가 떠오르네) 자꾸만 나에게 물을 달라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익숙한 불안한 마음을 붙잡고 물을 주고 흙을 보충해 주었지만 내 화분들은 한 방울 남은 물을 다 소진하고서 베란다 한 구석에 부서질 듯 이제 처분만 기다린다는 듯이 서 있다.

로즈메리와 제라늄. 정말 잘 키워보려고 했다. 내 사랑이 너무 넘친 게 아니었을까? 




집이 삭막한 것 같아 화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해서 화분을 또 들였지만 이번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흙으로 키우는 것이 아닌 바로 ‘수경재배’이다.

수경으로 키워도 될 만한 화분을 추천받아서 흙을 털어 내고 투명 화병에 담으면 끝!

가끔 눈길을 주며 물이 줄어들면 보충해 주는 것이 키우는 것의 전부이지만 자꾸만 죽어나가는 화분들을 처분하는 아픔을 경험하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나에게는 딱이다.

단점도 있는데, 흙에 키우는 화분에 비해 어느 일정 부분 이상 크게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개의 잎이 떨어질 때쯤 또 한 개의 잎이 나는 것이다.

처음엔 느끼지 못했는데 화분 잘 키우는 집에 가보고 알았다.

내가 수경재배 하는 화병과 사뭇 달라 보여 궁금해 물었더니 흙에서 키우는 것은 그 풍성함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왠지 모를 안타까움에 우리 집 화병 속 식물에게 더 잘 키워보겠다는 헛헛한 다짐을 한다.


생명의 신비. 기가 막히게 새 순 한 잎이 꼭 난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으리.








분명 나처럼 식물 킬러들이 있을 텐데. 그 모든 분들에게 애꿎은 식물을 죽이지 말고 우리 같이 보드 게임으로 화분 키우기를 먼저 하는 건 어떨지 제안해 본다.


오늘 가져온 게임은 코리아보드 게임즈의 <보타닉 가든>과 행복한 바오밥의 <코티지 가든> 게임이다.

<보타닉 가든>은 화초와 소품들을 이용해서 나만의 화원을 꾸미는 게임이다.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데, 구성품을 보면 다양한 식물카드와 나뭇잎 모양 컴포넌트, 각종 소품카드와 화분모양들이 있다. 

식물에 대한 설명과 키우는 방법이 카드에 나와 있으니 이것만 봐도 저절로 식물 키우기 마스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보드게임 모임에서 게임을 진행해 보니 생각보다 게임에서 해야 할 행동들이 많았다.

목표카드나 방 카드 및 소품들도 신경 써야 되고 화분 모양도 업그레이드해야 되고 어떤 식물 카드를 가져와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된다.

게임이 끝나고 다들 하는 이야기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고 한다. 게임을 개발한 분이 아마도 실제 화분을 키울 때처럼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게임에 녹여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비슷한 류의 가든 꾸미기 게임으로 행복한 바오밥의  <코티지 가든>이 있다.

한글판 <코티지가든>의 출시 기념으로 목재 손수레와 귀여운 고양이 선마커를 포함해서 출시하였었다. 지금 살펴보니 품절된 제품이다.

<코티지 가든>은 <보타닉 가든>보다는 좀 더 쉬운 느낌으로 여러 모양의 타일을 가져와서 내 텃밭을 꾸며서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타일 놓기 게임으로 테트리스처럼 모양을 잘 만들어서 빈칸 없이 텃밭을 꾸며야 한다.

두 개의 게임을 모두 해 본 결과 나는 역시나 <코티지 가든> 쪽에 마음이 기운다.

게임에서도 정신이 쏙 빠지도록 화분을 배치하였지만 큰 점수를 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화분 킬러들은 먼저 <코티지 가든>을 플레이하고 난 후 <보타닉 가든>으로 넘어가길 추천한다.





코디지 카든 박스와 목재수레, 선마커 (원래는 종이로 된 수레가 제공)
모양 타일을 가지고 텃밭을 꾸미기                                                         빈틈이 없이 잘 꾸며야 점수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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