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 : 본격 농사 게임 아그리콜라
큰 아이 입시 준비가 한창이다.
첫째가 이제 곧 성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꼭 무언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자녀도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부모도 서서히 정서적, 경제적 이별을 준비해야 된다는 주의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성인이 된다는 것은
부모가 없을 때 혼자 밥을 해서 먹을 줄 알고 설거지까지 다 해 놓을 수 있는 것(식세기 돌리는 것 허용)
깨우지 않아도 학교에 가고, 데려오라 데려가라고 부모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
CU(편의점)에서 사 먹기만 하는 것 말고 CU에서 돈을 버는 것,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부모의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자기만의 논리가 있는 것,
이제 혼자 독립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아이들은 스스로 성인이 된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인생을 설계하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 부부가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이 각자의 밥벌이를 잘하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밥벌이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조차도 늘 나의 밥벌이가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인데, 이제 사회생활을 앞두고 있는 자녀들의 밥벌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찌 보면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일이지 싶다.
예나 지금이나 밥벌이와 가정을 건사하는 일이 지상 최대의 과제이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자녀들의 독립을 원하는 많은 부모와 집에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캥거루족(부모 품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과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겠지만, 어찌 됐건 우리 부부의 최종 목표는 자녀들의 독립이다.
아이들이 인생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가꾸어 나가기를 바라는가.
먼저 이 보드 게임을 혼자 해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2008년에 한국어 판이 출시된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전략게임인 <아그리콜라>이다.\
<아그리콜라>는 흑사병이 지나간 17세기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가난한 농부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게임이다.
하루하루 가축을 기르고 가족들을 건사해서 농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목표이다.
열심히 일하고 그 수확을 가지고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삶과 닮아 있다.
게임은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준비 단계 → 일하기 단계 → 집에 돌아오기 단계 → 수확 단계로 나뉜다.
수확 단계는 농장 단계, 가족 먹여 살리기 단계, 번식 단계(가축의 번식)로 또 나뉜다.
초보자가 하기 어려운 일이 이 <가족 먹여 살리기 단계>인데, 가족 구성원 1명 당 음식 2개씩을 내야 한다.
가족에게 먹일 음식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음식 1개 당 구걸 토큰 1개를 가져가야 한다. 구걸 토큰은 게임이 끝나고 -3점이 되니 리스트 관리를 잘해야 한다.
가족 수대로 음식을 구해야 하는데 음식을 구하는 일이 농장 꾸미기에는 또 부담스러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가족도 먹여 살려야 하고 농장도 꾸미는(더불어 가축도 기른다) 아주 현실적인 게임이 아닐 수 없다.
여러 명과 게임을 하기 전에 혼자 가족 먹여 살리기 게임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명 ‘가장이 되어보기’ 게임
게임으로 접하는 농사 게임이지만 인생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게임이다.
참고로 아그리콜라(agricola)란 라틴어로 농부, 농사꾼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