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말고 게임으로 멍 때리기
우리 부부가 캠핑에 취미를 들이기 시작한 때는 우울 증상으로 힘들어하던 때이다. 그리하여 취미 중 끝판왕이라는 캠핑에 재미를 들이게 됐다.
처음엔 캠핑을 지인을 따라가게 됐는데 사실 불편하고 재미없고 힘든 것만 생각이 나서 한 동안 캠핑을 따라가지 않았다.
또 다른 캠핑 좋아하시는 지인과 차를 마시던 중에 캠핑의 매력에 홀랑 넘어가게 되는데… 그날로 바로 텐트를 충동 구매 하게 되었다.(주변 지인들이 다 캠퍼들이라니)
텐트를 구매하고 필요한 다른 도구들은 형님네서 얻어왔다.
첫 가족 캠핑을 떠나게 됐다. 사전에 텐트 치는 방법, 캠핑 초보들이 보면 좋을 유튜브 영상들을 공부했다. 그래서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호기롭게 온 것 치고는 자리도 잘 못 잡고 입구를 반대편으로 설정해서 다시 팩을 빼고 텐트를 돌리고 다시 팩을 박고, 옆 텐트는 벌써 텐트를 설치하고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팩을 박느라 온 가족이 달려들어야 했다.
겨우 겨우 해가 지기 전에 텐트 설치를 완성하고 그제야 밥을 하기 시작했는데 형님이 주신 올스텐 압력 밥솥. 사실 나는 압력 밥솥을 처음 사용해 본다. 늘 전기밥솥을 사용해서 불을 조절해서 쓰는 압력솥을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냥 햇반을 사 오는 건데……
캠핑 가면 그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만들고 해 먹어야 되는 거라는 캠핑 감성에 젖어 압력솥에 밥도 하고 불에 고기도 굽고 (고기 먹을 때 주로 식당에서 먹는다)
밖에 나와서 안 하던 고기를 굽느라 나와 남편은 생 고생을 했다. 불이 안 펴지고 그 불에 고기는 이상하게 타기만 하고 말이다.
슬슬 어두워져서 전등을 찾는데 캠핑 짐이 많다 보니 중요한 전등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컴컴한데 불이 없이 어떻게 먹어야 할지. 난감했는데 핸드폰 후레시를 켜고 그 위에 생수병을 올려두면 된다는 둘째의 아이디어로 간신히 전쟁 같은 먹방을 끝내고 남들 다 한다는 불 멍에 도전.
마찬가지로 형님네서 얻어온 화로대를 펼쳤다. 생각보다 큰 화로대라서 나무가 제법 많이 소비되었다. 나무 두 팩을 다 소진하고 나서야. 하루가 끝이 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가족만 다 큰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공 놀이나 비눗방울 놀이을 하는 걸 보니 우리도 아이들 어렸을 적에 왔었으면 어땠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그래도 좋은 건 아이들이 커서 뚝딱 텐트도 설치하고 고기도 굽고 많은 도움을 줘서 고맙다. (다음엔 안 온다고 큰 애가 선언했지만)
아이들이 크다 보니 평소 다 같이 모여서 밥 먹는 시간도 제각각 다른데, 이렇게 캠핑을 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 어렸을 적 보드게임 하며 울고 웃었던 시간들이 짧게 느껴진다.
이런 이벤트 있는 날이면 그래서 꼭 몇 개씩 보드 게임을 챙겨 온다. 아이들도 이런 날에는 안 한다는 소리 없이 잘 따라준다.
주변 다른 캠퍼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너무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게임을 할 수는 없다.
가족 캠핑에 가져간 게임을 두 가지를 알려드리고 싶다.
코리아 보드게임즈의 < 달밤의 베개 싸움>과 < 옛날 옛적에> 게임이다.
먼저 달밤의 베개 싸움은 어렸을 적 수학여행 가면 꼭 했던 베개 싸움.
베개를 안경에 맞아 울고 불고 했던 기억이 난다. 순진한 친구들은 또 어찌나 달래주는지.
요즘은 이랬다가는 학폭에 연루될지도 모르겠다.
베개 싸움을 실제로 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또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이런 게임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게임 안에는 작고 귀여운 하얀 베개 두 개와 카드가 들어 있다.
베개를 가운데 두고 각자 인원수에 맞게 카드를 나눠 가진다.
동시에 카드를 내고 카드에 적힌 공격, 방어, 쿨쿨, 쉿 카드 내용에 따라 방어를 하던지 공격을 하던지 해야 하는데 베개를 누구보다 재빨리 집어서 막거나 던지거나 한다.
베개가 작고 가벼워서 던져도 타격이 없으니 안심하고 던지시길
쿨쿨 카드가 나온 사람은 베개를 집어서 자는 척을 하면 된다.
빨리 이루어지는 게임으로 캠핑장 매너 타임 전에 얼른 한 판 하고 자는 걸 추천.
또 하나는 <옛날 옛적에>는 카드로만 이루어진 게임이다.
모두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카드에 적힌 단어를 넣어서 근사한 이야기를 지어내면 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지고 이기는 것을 떠나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만들어내는데 더 의미를 두고 싶다.
아무 말 대 잔치를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앞 뒤 문맥에 맞게 말을 만들어 내야 한다. 카드를 내려놓기 위해 단어를 쭉 나열하기만 하는 것도 안된다. 한 마디로 말이 되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게 포인트다.
이야기 꾼을 방해하는 방해 카드도 적절히 사용하여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야 한다. 마지막 결말 카드를 내려놓으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물론 결말도 말이 되도록 이야기를 만들어서 내려놓아야 한다.
이 게임은 학생들이나 어르신들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어의 뜻을 알아야 하고 단어의 적절한 배치와 이야기의 흐름을 알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학생들의 문해력에도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르신들은 자꾸만 까먹게 되는 기억력도 되살리고 점점 말수가 줄어드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대문사진 출처 : 픽셀즈
# 보드게임 사진은 모두 개인 소장품을 직접 찍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