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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Aug 07. 2024

 행복의 동네

코리아게임즈의 '타이니 타운'

얼마 전 중학생이 옆집 베란다를 통해 자기 집 베란다로 넘어갔다는 뉴스를 봤는데 목숨이 두 개냐며 부모님한테 엄청 혼나야 된다고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니냐는 무수한 댓글들을 읽었다.


엇! 나도 중학생 때 이랬는데 꽤 자주… 하고 옛 생각이 바로 났다.


유치원 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주택에서 살았다.

학창 시절에 아버지가 사업을 접으면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이렇게 편리한 곳이 아파트구나 하고 감탄했다(아파트를 동경했기 때문에 집이 잘 살게 되어서 아파트로 이사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파트 열쇠를 자주 잊고 나서 집에 들어가는 것이 어려울 때도 많았다(키패드 열쇠가 없을 때)

그럴 때면 옆 집 초인종을 누르고 베란다를 통해서 우리 집 베란다를 건너는 아주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다.

옆 집에 사는 고등학생 오빠도 가끔 우리 집 베란다를 이용해서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우리 집은 5층이었다. 사춘기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이 사실을 아셨을까.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사이는 아닌데도 열쇠를 놓고 왔다고 하면 자연스레 베란다를 내어 주었다. 요즘 같이 배달 음식도 비대면으로 받는 시대에 꽤 간이 큰 행동이었는지 모른다.

왜 그때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지금은 놀이기구도 잘 못 타고 미끄럼틀도 못 탈 정도로 간이 아주 작다…



동네나 마을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아파트 생활보다는 골목골목이 이어진 주택의 삶이 더 잘 떠오른다. 언덕에서 눈을 질끈 감고 바퀴 달린 말을 타고 내려오다가 넘어져서 팔 한쪽이 다 쓸리면서도 해가 질 때까지 아이들과 말을 탔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느 날 모든 집에 전등을 소등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는 날이 있었다(아마도 에너지가 부족하니 절약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불 끄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러면 골목 앞 평상에 모두가 나와 누워서 별을 보며  서로 북두칠성을 찾았다고 아는 체를 했다.


학교 갈 때는 “누구야, 학교 가자”를 외치며 삼삼 오오 모여서 학교를 갔다. 30분은 족히 걸어야 학교에 도착하니 등굣길 친구는 중요했다. 50원짜리 불량 식품도 사 먹고 가는 길이 무섭지도 않으니 학교 갈 때나 집에 갈 때나 누구야 같이 갈래? 이 말은 꼭 필요한 말이다.


집과 학교를 가는 중간에 재래시장이 있다. 그중에 나는 방앗간 앞에 잠깐 멈춘다. 쌀을 넣으면 가루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말린 고추를 넣으면 고운 고춧가루가 되어서 나오기도 하는데, 반복되는 작업을 지켜보는 것이 시쳇말로 힐링이 되었던 것 같다.

유튜브에 보면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영상이나 ASMR 영상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느낌이었나 보다.


동네 가운데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실제로 물을 길고 퍼다가 쓸 수 있는 우물이다. 동네에 자주 단수가 되었는데, 그럴 때면 우리 집 식구들 모두 총출동을 해서 양동이를 들고 우물에 줄을 선다.

하루 이틀 치 물을 길어서 집 마당에 있는 내 키 만한 고무 드럼통에 가득 채워둬야 했다.

나는 물 길러 가는 것이 사실 재미있었다. 무슨 놀이하는 것 같았다.

우물 바가지로 물을 길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이들 양동이는 동네 아저씨가  채워주셨다. 그렇게 몇 번을 왕복해야 겨우 드럼통을 채운다.


골목에는 또 무당 집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무당 집은 이상하게 무섭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지어내는 이상한 소문을 진짜라고 믿어서 그런지 편견 같은 것에 사로잡혀 무서운 곳으로 인식되었다. 가끔  엄마는 부적 같은 것을 그 집에서 써왔던 것 같다. 집에 붙이기도 하고 아빠 품에 넣어 두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골목 끝에 있는 교회에 가기도 했는데 친구가 같이 가면 간식도 주고 노래도 부른다고 가자고 했다.

뭐든 ‘비나이다’ 스타일이신 우리 엄마는 내가 교회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시고 몇 백 원 헌금도 주셨다. 나는 헌금으로 오락실에 가서 너구리 게임에다 바쳤지만 말이다.


나의 동네 추억이라는 것은 80프로 어렸을 적 그 골목길에 있다.

그 동네가 나를 키웠고 좋은 추억, 나쁜 기억,  잘 분별해서 자라도록 했다.

그렇지만 낭만과 야만의 그 중간에 있었던 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요즘의 동네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다.

전처럼 대문을 열어두고 다니거나 열쇠를 맡기거나, 베란다를 통해서 옆 집을 드나들거나 해서는 안된다. 시대의 기본이라는 것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전에는 됐지만 지금은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얼마 전 읽은 송길영 님의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에서 결국엔 가족보다 취향이 같은 사람끼리 모이게 되고 그들끼리 마을을 형성하게 된다는 글을 보았다. 요즘은 당근이 잘 되는 동네, 동친 이 많은 동네, SNS 친구들 모임, 요즘은 스레드 친목 모임까지 취향이 모이게 하는 도구가 된다.  온라인상에서 동네가 형성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 어떤 동네를 만들어 가야 될까.





이번에 소개해 주고 싶은 게임은 ‘타이니 타운’이다.

숲 속에 사는 작은 동물들이 마을을 건설하기로 했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해서 현명하게 계획해서 자원 낭비 없이 번화한 마을을 건설해야 하는 마을 만들기 게임이다.

초보자용 마을 만들기 카드와 숙련자용 기본 카드도 있으니 익숙해질 때까지는 초보자용 카드(주택, 교회, 농장, 선술집, 우물, 극장, 공장 카드로 이루어짐)를 이용하면 되는데, 모임 멤버들 중에 우리 교회 목사님과 같이 게임을 한 적이 있는데, 교회는 짓지 않고 그렇게 선술집을 지어서 높은 점수를 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여러분은 누구와 어떤 동네를 형성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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