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자격증은 중요한 게 아냐!
보드게임을 취미로 가진 지 10년 정도 되어 간다.
10년 전에 보드게임 놀이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자격증으로 수익을 창출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하고 배울 때에는 자격증 과정이 있는지 살펴보는 편이다. 나중에 어떤 식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게 된 자격증이 몇 개 된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는 바로 취업을 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할 때는 어렵기만 해서 바로 때려치우고만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조금 더 잘할 걸, 일하면서 배울 것이 더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결혼 전의 직업이라 그런지 아이들에게 대한 나의 이해도는 높지 않았다.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기보다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에 더 집중했다.
문제해결에만 집중하다 보니 본질을 잃어버린 격이다. 아이들의 이해와 사랑이 먼저인데 문제의 원인으로 놓고 본 것이 이 일을 계속 이어나가는 데 큰 장애물이 되었다.
어린이집 교사를 그만둔 계기는 많았다.
폐렴이 와서 입원을 해야 되는데도 입원도 하지 못하고 버텨야만 하는 시스템에 대한 반감이 컸고, 남의 집 귀한 아이들이 가끔은 크게 다치거나 서로 다치게 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그 상황들이 아이도 없었던 내가 감당이 잘 되지 않았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분 단위로 사고를 치고 피아노 위에서 오줌을 갈기고 다른 여아를 성추행에 가까운 터치를 하고 그걸 교육해야 되는 일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일의 연속, 무엇보다 자원봉사자에게 교통비 정도 지급하는 정도의 터무니없이 낮은 월급.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자연스럽게 어린이집 밖으로 나를 밀어낸 것이다.
그리곤 깨달았다. 내가 애를 안 좋아한다는 사실을…
자격 없는 자가 자격을 크게 요하는 곳에서 몇 년을 버티며 일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어린이집 교사 경력과 경험은 앞으로 하는 일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취업에 도움이 된 적도 많았다.
어린이집 교사를 때려치우고 원래 전공을 다시 살리자는 마음이 들었다.
도서관 사서로써 다시 한번 취업 시장을 두드리게 된다. 졸업 후에 도서관 경력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당장 계약직이나 정규직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열심히 알아보게 되었는데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잘 구해졌다.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나는 조용한 공간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알려줄 때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지역에 꽤 큰 어린이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뽑는 자리에 이력서를 냈는데, 면접 보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아서 일단 놀래고 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라서 거의 기대를 안 했다. 안될 것 같은 마음에 신나게 웃으면서 면접을 아주 프리하게 봤다.
그런데 그 모두를 제치고 한 명 뽑는 자리에 내가 뽑혔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의아스러웠는데 일단 어린이집 교사 경력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속없이 싱글벙글 웃는 상이라는 것과 타 도서관 아르바이트 경력. 이 세 가지가 나를 뽑은 이유였다고 한다.
일해보고 싶었던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세상 즐겁고 신이 났다.
많은 이용자들이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라 일 처리를 뭐든 빨리 해야 했는데 내 급한 성격에 딱 들어맞았다. 처리해야 될 책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닌 레벨업 할 게임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게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장난치고 도망 다니고 떠드는 아이들 불러 세워서 주의를 주고 다시 책 읽으러 가라고 다독이는 것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아이들도 다시금 예쁘게 느껴지고...
데스크에서 마냥 싱글벙글 웃고 있으니 이용자들이 책을 대출 반납하면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해주시니 내 꿈의 직업이 이것인가 싶었다.
나를 좋게 보신 도서관 팀장님이 작은 도서관 계약직 사서 뽑는데 추천해 주셨고 일인 체계로 이루어지는 작은 도서관을 맡아서 일하게 되었다. 드디어 알바가 아닌 사서라고 불리게 되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혼자 일을 하게 되면서 나를 돌아보니 역시나 나는 혼자 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도서관을 그만두면서는 다시 여기로 돌아올 것만 같았고 내 자리는 언제든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긴 터널을 운전하다 보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눈이 침침해지는 게 참 답답함을 느낀다. 노안 때문인 듯하다.
길고도 긴 경력의 단절을 겪다 보니 경쟁력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흔한 알바 자리도 들어가기 어렵다.
길 터널을 건너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내가 도서관을 차리지 않는 이상 도서관으로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심지어 도서관 자원봉사 자리도 치열하니 말 다했지 싶다.
경력단절의 시간에 나는 무엇을 했는지 돌아본다.
해볼 만한 것들을 기웃거리며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그중에 가장 좋아하고 즐거웠던 것은 보드게임 자격증 과정과 퍼실리테이션 과정이었다.
요즘은 급수를 올려서 보드게임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수업을 듣고 과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되는 사설 자격증이라 이 분야도 포화상태이긴 하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좋아하는 분야임은 틀림없다. 지역에서 모임을 결성하고(무료모임), 그들과의 게임이 즐겁다.
앞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보드게임 강사를 하고자 자격증 과정을 듣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두 마음의 내 모습.
김주환 님의 ‘내면소통’ 강의를 듣다 보니 이야기 중에 우리 뇌는 어떨 때 행복함을 느끼는가 하는 질문이 있었다. 뇌과학적으로 우리 뇌는 다른 사람을 돕고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머릿속에 울림이 있다. ‘그래, 내가 딱 이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구나!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웃고 즐거워하며 오늘 진짜 좋았다고 다음에 또 만나자고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해 짐을 느낀다.
오늘 보드게임 할 명분을 이리도 길게 씨부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