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우리나라와 다른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

by 또랑


일출과 함께하는 아침이 아직 낯설다. 그래도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해가 보여서 기분이 한결 산뜻했다.






Crust Bakery



오늘은 점심을 서둘러 먹었다. 선물로 퍼즐을 사고 베이커리에 들러 빵을 포장하기 위해서. 수업 마치고 빅토리아 대학에 가서 빵과 함께 여유를 즐길 것이기 때문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시내에서 꽤 유명한 곳이라 수업을 마치고 가면 빵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서 얼른 다녀왔다. 뒤에 후기를 남기겠지만 빅토리아에서 빵집을 찾아 이곳을 가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빵 러버 N년차..)



나머지 오후 수업을 들으러 교실에 들어갔는데 헐벗은 나무에 고요한 풍경이 마음에 들어서 사진으로 남겨둔다. 꼭 요즘 나의 상태 같다. 하루하루 끌리는 대로 채워갈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다. 하지만 어학원에서 배우는 영어는 너무 어렵다. 나는 우리나라 영어 교육이 아쉽다. 우리가 배워온 리스닝은 너무 쉽고, 리딩은 너무 어렵다. 스피킹과 라이팅은 거의 배우지 않는다. 필요한 알맹이는 없고 겉멋 가득한 암호 풀이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잘 쓰이지 않는 영어단어와 구문을 활용하는 접근이 옳은가? 난 잘 모르겠다.





평화로운 거리. 별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다. 여행을 가면 꼭 특별한 것들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여기 있는 것 자체에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Saint Cecilia Coffee & Brands



수업을 마치고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러 왔다. 지금까지 빅토리아에서 마신 라떼 중에 제일 맛있다. 고소하고 원두가 신선한 느낌. 히지만 이곳은 사이즈를 선택할 수 없고 6.5달러, 조금 비싼 편이다.



빅토리아 대학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 뒤에 보이는 항구가 유명한 이너 하버인데 다음에 걸어봐야겠다. 시내에서 빅토리아 대학까지 버스로 30분 정도 걸린다. 빅토리아는 버스 안의 조명이 어둡다. 사람이 타고 내릴 때만 잠시 밝아졌다가 다시 약간 어둑해진다. 너무 밝은 것도 가끔 피로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University of Victoria



도서관에 들어와서 포장해 온 빵과 커피를 먹었다. 크러스 베이커리에서 산 패션프룻 타르트는 진짜 최고다. 까다로운 내 입맛에 딱 맞다니.. 첫째로 많이 달지 않고, 패션프룻의 새콤함이 너무 돋보이지 않고, 마지막으로 하나를 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단 디저트가 물리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극찬이다. 디저트 러버들은 공감할 것이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빅토리아 대학의 신기한 점은 외부인에게 거의 모든 장소가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립대학이라도 학생증이 없으면 출입이 어려운 곳이 많다. 또 여기 도서관은 평일에 11시까지 운영하고 곳곳에 앉을 수 있는 자리와 스터디룸이 많아서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어느 건물, 불 켜진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누군가 집중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하고 싶어진다. 막상 하면 힘들어하지만… 오른쪽 사진을 보면 건물 앞에 공작새가 있다. (참고로 여긴 동물원이 아니다.)



학생회관에 들어가니 대학교만의 풋풋한 에너지에 가슴이 뛴다. 게시판을 쭉 읽어보다가 인디밴드 공연을 발견했는데 시간이 되면 가봐야겠다.



또 놀라운 점은 테이블 중앙에 떡하니 무료 콘돔이 있었다는 것이다. 보자마자 눈이 동그래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상상하기 어렵다. 이것 하나로도 우리나라랑 사고방식, 시민의식이 다른 것이 느껴진다.


홈스테이 가족들과 이야기하다가 여러 나라의 학생들을 만나봤지만 한국인 가장 보수적이라고 했다. 옷을 입는 것부터 말하고 행동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이곳에 오니 무슨 말인지 조금씩 이해가 된다. 어쩌면 우리가 불필요하게 신경 쓰거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저녁과 다 만든 미니 머플러. 이제 조금씩 서양스타일 음식이 질리기 시작한다. 샐러드는 좋은데 소시지는 너무 짜다. 오늘은 김밥과 만두가 먹고 싶은 날이다. 어쨌든 목도리 색감이 예쁘다. 얼른 마무리하고 내일 하고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