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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Nov 12. 2023

당신의 삶이 즐겁지 않다면

세종대왕님도 강조하신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

 나는 대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교육대학교를 다니는 모든 학생들의 전공은 초등교육이지만, 부전공으로 과목을 하나 선택해서 심화 공부를 할 수 있는데 나는 어릴 적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심화과정으로 영어교육을 선택한 것이다. 대학생 때에는 영어가 너무 재미있어서 새벽 6시 30분에 영어회화반에 등록하기도 했다. 학교 가기 전의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어서 한 선택이었는데 과연 이 시간에 나 말고 또 누가 올까, 하고 생각한 것이 민망할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대학교 교수님, 휴학한 서울대학교 학생,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온 회사원 등등 다양한 경험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아, 나는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세상은 이렇게 넓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배움의 기쁨을 느꼈다.



 교사가 된 후, 영어에 대한 나의 경험과 전공은 감사하게도 나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 보통 12월 말~ 1월 초가 되면 교사들은 내년도에 희망하는 학년과 보직, 업무를 희망서에 적어내게 되는데 나는 상황에 따라 담임교사를 희망하기도 영어 전담교사를 희망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밀착해서 알콩달콩 1년 동안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을 때에는 담임교사를 희망하고, 원어민과 협력 수업을 하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영어교육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을 때에는 영어전담교사를 희망했다. 물론 희망한다고 해서 다 원하는 대로 받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영어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영어 전담교사를 희망할 수 있었다는 점이 다른 선생님들과 차별화된 나의 큰 장점이 되었다.



 13년 동안 4번의 영어 전담교사를 하면서 다양한 원어민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배경이나 성격이 다 달랐다는 것이다.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라서 한국말이 서툰 오픈 마인드의 미국인 친구도 있었고, 토종 미국사람이지만 굉장히 소심하고 조용한 친구도 있었고, 필리핀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살면서 원어민 교사를 하며 돈을 모아 간호사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었다.


 최근에 함께 했던 원어민은 아일랜드에서 과학 교사를 하다가 한국에 온 친구인데 이 친구는 나와 MBTI가 똑같아서(ENFJ) 첫 만남부터 급속도로 친해졌다. 사람을 좋아하고, 말을 따뜻하게 하고, 다양한 경험을 좋아하는 이 친구는 학교 일도 열심히 하고 주말마다 한국의 명소 곳곳을 탐방하러 다녔다. 그래서인지 진짜 한국인인 나보다 훨씬 더 한국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내가 지역을 옮기게 되면서 1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얼마 전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Happy Chuseok, teacher!


 외국인 친구에게 받은 추석 인사는 정말 신기하고 반가웠다. 나도 반갑게 답신을 보냈는데 시간 있으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놀러 오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서로의 스케줄을 확인해서 11월 초로 날을 잡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여전히 밝고, 명랑하고, 여행을 자주 다니며 한국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울릉도에도 다녀왔다며 물빛이 너무 파랗고 예쁘다고, 너도 꼭 가보라며 추천을 해주었다. 독도도 가고 싶었는데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가는 배가 편도 6만원이라 왕복으로 하면 10만원이 넘어서 못 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대화는 영어로 진행되었지만 정서가 너무 익숙해서 지금 내가 한국인과 대화를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녀는 여행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폴댄스 학원에 등록해서 2년간 꾸준히 폴댄스를 배우고, 언어교환 앱을 통해서 한국인 친구를 만나 함께 공부를 하다가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 2년간 한국인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하는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제주도에 가서 서핑을 처음 경험해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듣는 내내 엄마미소가 지어지며 내 마음도 덩달아 설레었다. 아, 이 친구는 정말 인생이 지루할 틈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이 세종대왕님도 다양한 경험과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무엇이든 넓게 경험하고 파고들어 스스로를 귀한 존재로 만들어라."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다양한 분야가 있고, 아직 내가 경험해 볼 것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설렘과 기대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물론 이런 것들도 내 삶의 여유가 있을 때 더 즐겁게 임할 수 있겠지만.

 만약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 문득 삶이 지루하고 즐겁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아, 지금이 내가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고 경험해 볼 타이밍이구나 하고 생각해 보자.


 세상은 넓고, 배움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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