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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Dec 06. 2023

새벽 6시, 아침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귀찮음을 이기면 얻을 수 있는 성취감

 "하아-" 숨을 내쉬면 뿌연 입김이 하늘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계절이 왔다. 요즘 이상하게 몸이 결리고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 들어 더 피곤하다고 생각했는데,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나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었다.


 추우니까 긴장해서 몸을 움츠리게 되고, 그 자세로 오래 굳어있으니 근육이 뭉치고, 근육이 뭉치니까 피곤해서 안 움직이려고 하고.. 이런 과정이 매일 반복되면서 만성 피로가 누적된 것이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운동을 해야 할까.. 하다가 일어나자마자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언제나 평균적으로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잠이 들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이르다. 그래서 알람을 7시에 맞춰놓아도 내 몸은 항상 6시쯤이면 깨어있다.


 그동안에는 춥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정신이 깨어있어도 가만히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다시 잠이 들어보고자 노력하다 7시에 울리는 핸드폰 알람 소리에 마지못해 일어났지만, 이제는 6시에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월요일 아침,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안방 베란다 쪽을 보니 아직 날이 어두컴컴했다. 조금만 밍기적거리다 일어나야지 하며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잠깐 생각에 빠져 있다가 휴대폰을 보니 6시 10분이다. 일어나서 아들이 깨지 않도록 안방 문을 슬며시 닫고 나와 거실에 요가 매트를 폈다.


 거실 전등을 켜면 안방과 이어져있는 베란다에 불빛이 비쳐서 아이의 잠을 방해할 것 같아서 티비장 옆에 있는 주광색 국부조명을 켰다. 스탠드에서 잔잔하게 나오는 따뜻한 빛이 분위기 있어 보여서 더 좋다.


 티비를 켜고 기가지니(KT 음성 인식 시스템)에게 "지니야, 유튜브 층간소음 걱정 없는 운동 틀어줘" 하고 살포시 말해본다. 스마트한 기가지니는 바로 "유튜브를 시작합니다." 하고 내 말에 응답하면서 키워드에 맞는 운동 영상들을 검색해서 보여준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여러 개의 영상 중에서 조회수가 167회가 넘는 유튜버 빅씨스(Bigsis)님의 '떡국 타파, 칼로리 폭파, 근력 유산소' 운동 영상을 골랐다. 몸에 딱 붙는 레깅스와 운동복을 입고 마천루 같은 빌딩들이 내려다 보이는 커다란 통창이 있는 고층 건물에서 군살 하나 없는 몸으로 깔끔하게 동작을 연속해서 보여주는 그녀의 움직임에 홀린 듯 집중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마치 내 몸과 동기화된 양, 뉴욕 한복판에서 운동하는 느낌으로 열심히 따라 했다.


나윤권이 부릅니다. "나였으면~" 저런 군살 없는 몸매, 갖고싶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서 40초 운동하고 15초 쉬고, 또 다른 동작으로 40초 운동하고 15초 쉬고. 이렇게 반복해서 다양한 동작으로 계속 움직이니까 지루할 틈이 없고 금방 몸에 열이 올라 더워졌다. 마음 같아선 계속하고 싶었는데 첫날은 20분 정도 했더니 허벅지가 후들거리고 허리가 아파서 그만했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귀찮음을 이기고 시작한 스스로가 아주 대견하고 뿌듯했다.


 운동을 오랜만에 해서 다음 날 허벅지가 당기고 아팠지만 뭔가 희열이 생기는 아픔이었다. 오~ 나 운동 좀 했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그 뿌듯함을 원동력으로 셋째 날인 오늘도 일어나서 같은 영상을 틀었다. 처음엔 새벽 공기가 차갑게 느껴지는데 운동을 시작한 지 10분만 지나면 너무 더워서 상의를 벗어버리고 민소매 내의만 입고 운동을 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내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에게 활력을 주었던 건 마음을 위로해 주는 책과 꾸준히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요가, 스트레칭, 줌바댄스 등),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를 가진 음악, 그리고 스스로에게 하는 꽃선물, 마지막으로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내가 하루하루 해나가는 일상의 성실한 루틴이 나를 지켜내고 또 나의 하루를 온전히 잘 살아가게 만든다.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이 아침운동이 나의 인생을 더욱 활력 있게 만들어주고 덤으로 건강까지 톡톡히 챙겨줄 수 있도록 꾸준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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