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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Feb 28. 2024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삼재(三災)를 대하는 자세

 2024년 1월 1일,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 나는 점점 걱정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직 2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유난히 사고를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1월에는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그만 옆차를 긁어서 앞유리에 붙어있는 번호를 보고 차주분께 전화를 드려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드리고 보험처리를 했다. 2월에는 설연휴부터 목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일자목 진단을 받고 신경외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같은 주에 자동차가 주행 중 갑자기 문제가 생겨 견인 조치가 되어 공업사에서 수리를 했는데, 일주일도 안 되어서 급정거하는 앞 차를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 결국 차가 수리되는 일주일 동안 나는 친정집에서 다시 병원을 다니며 요양을 하게 되었다.


 짧은 시간에 연이은 사고가 터지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올 해는 정말 몸과 마음가짐을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나 올해 삼재(三災)인가 봐. 왜 이렇게 일이 생기지?" 하면서 웃었더니 친구가 바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삼재 맞아! 나도 작년부터 너무 힘들어서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용띠가 올해까지 삼재라고 하더라. 삼재 1년 차가 들삼재, 2년 차가 눌삼재, 3년 차를 날삼재라고 하는데 올 해가 날삼재래. 올해까지만 잘 버텨보자, 우리."


 세상에. 그냥 한 말이었는데 진짜 삼재였다니! 집에 와서 인터넷에 삼재를 검색해 봤다.


 '삼재란 인간이 9년 주기로 맞이하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일컫는 단어이다. 2022~2024년까지 쥐띠, 용띠, 원숭이띠가 삼재에 해당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올해가 삼재의 마지막 해라는 것이고, 나뿐만 아니라 세 가지 띠에 해당하는 많은 사람들이 삼재의 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갈 일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요즘 나는 온 우주의 긍정적인 기운을 모두 끌어모아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자동차 사고가 났으나 보험이 있어서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다행이고, (비록 내년 보험료는 오르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상대방과 나의 몸이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고, 바쁘게 달려가던 일상 속 온전히 푹 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다행이고, 친정에 머물면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다행이다.


나비처럼 예쁜 버터플라이 꽃:)

 사고가 난 건 속상하지만 이왕 벌어진 일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있으려고 액땜을 크게 하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친정 집 앞에 있는 꽃 도매상가에서 예쁜 버터플라이 꽃 한 단을 사다가 화병에 꽂아 부모님 댁 거실과 주방에 하나씩 놓아드리고, 기분 전환을 할 겸 가족들과 다 같이 에버랜드도 다녀왔다. 분노와 우울함의 시간을 따뜻함과 회복의 시간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천하자 마음의 고통이 조금씩 줄어갔다.


에버랜드 소원나무 자리에 자리잡은 거대한 푸바오 인형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일에 교만하지 않고 스스로 좀 더 조심하고 서두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일도 건강보다 중요하진 않으며, 건강을 잃으면 돈도 명예도 필요가 없는 것이기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나의 건강과 안전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내가 힘들 때 도움이 된 이 문구가 지금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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