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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Feb 10. 2024

Just do it!

스스로 나를 가두고 있는 틀에서 깨어나야 할 때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 엄격한 예절교육을 받고, 교직이라는 도덕적 잣대가 높은 직장에 들어가 십 년 이상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스스로 내가 만든 틀에 나를 가둬버렸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사람은 절대로 완전무결한 존재일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일을 할 때에도 이것이 도덕적으로 괜찮은 일인지 몇 번씩 생각하고, 내가 하는 이 행동이 사회적으로 온당한 것인지 여러 번 검열을 한다. 심지어 내가 너무 힘들 때 블로그에 혼자만 볼 수 있는 비공개 글을 쓸 때에도 단어를 정돈하여 쓰려고 애쓰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다. 혼자 있음에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듯한 나 자신이 마치 알 속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병아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내가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교육 영상을 제작하게 되면서 얼떨결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면서, 나는 보수적인 나의 성향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물론 교육과 관련한 영상들이기 때문에 자극적이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나는 내 안에 영상을 재미있게 구성해서 사람들의 눈길을 더 많이 끌고 싶은 욕망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욕망을 느꼈다. 그래서 늘 내가 만든 영상은 나에게 100프로의 만족을 주지 못하고, '이쯤이면 괜찮겠지?' 하는 선에서 타협이 된다. 알을 깨고 나가 좀 더 창의적으로, 좀 더 재미있게 만들면 더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지만 타인이 보는 시선에 대한 과도한 의식과 내가 누리고 있는 평범한 삶을 깨뜨리고 싶지 않은 욕구가 항상 나의 발목을 잡는다.


 얼마 전, 학교에서 친해진 선배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부장님,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이상하게 제가 엄청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거든요? 뭔가 꾸준히 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길이 조금씩 나에게 열리는 걸 보면서 그런 확신이 들었어요. 저는 가만히 앉아서 쉬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서 쉬는 시간이 생겨도 글을 쓰거나 영상을 편집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뭔가 계속하려고 하거든요. 유튜브도 내가 하고 있는 교사라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코로나 시기에 시작했던 건데 그만두기가 아까워서 조금씩 꾸준히 영상을 올리다 보니 어느새 구독자 수가 8천 명 가까이 되었요. 그런데 이걸 더 열심히 꾸준히 매일 하나씩이라도 올리면 정말 확 잘될 것 같은데, 한 편으로는 너무 잘될까 봐 무서워서 그렇게 못하겠는 거예요. 너무 이상하죠?"


 "음.. 너무 잘될까 봐 무섭다는 말이 어떤 의미예요?"


 "빛과 그림자는 함께 가는 거라서 너무 잘돼서 유명세를 타게 되면 분명 악플이나 저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들도 생길 수 있잖아요. 게다가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사회에서 조금만 잘못해도 지탄을 받기 쉬운 보수적인 직업인데, 유튜브가 잘돼서 너무 유명해지면 저의 진심과는 다르게 오해를 받거나 욕먹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길까 봐 그런 게 두려워요."


 그러자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아.. 그렇죠.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겠네요. 그런데 선생님, 나는 유명세를 탔을 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평가보다는 가까이 있는 동료들의 평가가 더 상처가 될 것 같은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정말 가까운 사람들은 저를 응원해 줄 것 같아서 걱정이 안 되는데,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안 좋은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를 잘 모르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평가에는 좀 초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요? 그럼 됐어요. 선생님 말처럼 유명세에는 그림자가 따르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이유 없이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초연할 수 있으면 나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해보지도 않고 이렇게 고민하는 것보다 일단 해보는 게 낫지 않겠어요? 일단 시작해 봐요. 생각만 하지 말고 시작해 봐야 뭐라도 이룰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선배와 대화를 나누며 "Just do it!(일단 해 봐!)"이라는 나이키 광고문구가 생각났다. 어쩌면 나는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미리 걱정하면서 한 발을 뒤로 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상상회로를 돌리면서 '이럴지도 몰라, 저럴지도 몰라'하면서 걱정만 앞세우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선배의 말처럼 시작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하다가 나중에 '사실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다 할 수 있었는데, 내가 안 한 거야.' 하는 구차한 사람이 되기는 더 싫었다.


 영어에도 그런 표현이 있다.

 "It could have been me."

 '그게 내가 될 수도 있었는데...'

 이 표현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Sing2'에서 가수 Halsey가 부른 ost 제목이기도 하다. 노래 가사에는 비록 내가 고통을 느끼더라도 나는 시간을 허비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싶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가사가 꼭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들을 때마다 속이 시원해지면서 다시금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이러한 나의 마음을 그냥 생각에서만 끝내는 게 아니라, 실천하고 바꿔보려는 의지와 용기가 담긴 행동이다. 교사 생활도, 유튜브도, 나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내는 것도, 진심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 내가 원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내가 좋아하는 이 노래 가사에 나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Never look back and say, "It could have been me."

 절대 뒤돌아보고 후회하면서 "그게 내가 될 수 있었는데."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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