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 요즘 우리반에서는 매일 상담이 이루어진다. 이제 우리반 아이들은 5학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버렸고 6학년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른 느낌이다.
수련회, 체험학습, 체육대회, 농구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거치면서 아이들이 서로 돈독한 추억과 우정을 쌓은 것은 참 좋았는데 친하게 지내다 보니 서로에 대해 기대가 생기고, 그 기대가 조금만 내 것과 달라도 서운함을 토로하고 속상함에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대부분 남자아이들의 문제는 친구에게 욕을 하거나, 장난치다가 몸싸움으로 변질되어 투닥투닥하면서 싸우는 경우라면, 여자아이들의 문제는 그룹에 속한 아이들끼리의 미묘한 신경전과 뒷담화이다. 사실 뒷담화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나 순하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누가 내 이야기를 조금만 부정적으로 전달하기만 해도 감당하기가 힘든 눈치다.
이번 주에는 학부모님이 상담을 요청하셨다. 자신의 딸이 요즘 친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룹에서 속상한 일이 지속적으로 생겨 고민이라며 그룹 내 왕따가 있는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다.
평소에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나로서는 학급에 왕따가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에 학부모님께 우선 섣불리 짐작하거나 걱정하지는 마시고 담임교사인 내가 아이들을 불러 상담하고 해결해 볼 테니 학교를 믿고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렸다.
다음 날 아이들을 불러 상담을 했다. 서로 서운한 점을 이야기하다 보니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있었다.
"친구에게 가장 서운하거나 속상한 점은 뭐니?"
하고 물어보았을 때,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의견을 냈을 때에나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친구가 그와 다른 의견을 내거나 행동에 대한 공감을 해주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끼고, 왕따를 당하는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그랬구나. 그런데 얘들아,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이 나를 공격하는 것은 아니야.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거든. 그러니까 친구가 내 의견에 무조건적인 공감을 해주지 않았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다른 생각을 말할 때 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내 의견을 말한다면 듣는 사람이 덜 서운할 수 있겠지?
때로는 어른들조차도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공격받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굉장히 많단다. 그래서 지금부터 많이 연습해야 해. 선생님도 5학년 때 너희와 똑같은 생각을 했거든. 그런데 어른이 되어가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겪으며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나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려고 노력하면서 많이 좋아졌어.
지금 여기 모인 친구들은 우리반에서도 굉장히 모범적이고, 착하고, 남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친구들이라서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노력하는데 친구가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지 않으면 더 속상했던 것 같아. 그렇지 않니?"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말이 뭘까 생각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이런 말들이 도움이 되고 있는지 한 명 한 명 표정을 살펴가며 찬찬히 이야기를 해나갔다. 어떤 아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고, 어떤 아이는 또르르 눈물을 흘리며 들었다. 다행히 아이들의 마음에 나의 말이 와닿은 것 같았다.
"여기 모인 우리는 엄청난 확률로 같은 반에 모인 소중한 인연이야. 물론 서로 속상한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 친구들 덕분에 올 한 해 기쁘고 행복한 일이 더 많았잖아.
우리 서로 손을 잡아보자. 앞으로도 너희는 다양한 일들을 겪을 거야. 그럴 때마다 속으로만 속상해하고 멀어지지 말고, 오늘처럼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대화로 풀어보자. 너희들끼리 안되면 오늘처럼 선생님이 같이 있어줄게. 알았지?"
아이들은 한결 후련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이들을 상담해 준 나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벼워졌다. 교실 안을 채웠던 무거운 공기도 한결 산뜻해진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