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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Sep 09. 2024

궤도 원상 복귀

정답은 결국 Love myself

며칠 전, 친한 친구와 통화하다가 깜짝 놀랄만한 말을 전해 들었다.


 "있잖아, 너 그 Y선생님 알지? 너랑 6년 전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사람 말이야."


 "응, 당연히 알지. 작년에 네가 집들이한다고 초대해서 오랜만에 같이 봤었잖아."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 사람이... 사실 너를 계속 좋아해 왔대."


 생각지도 못한 친구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야, 거짓말하지 마. 나 학교 옮기고 나서 그 사람이랑 사적으로 대화하거나 단 둘이 만난 적 한 번도 없거든? 그 사람이 나한테 연락한 적도 없고.. 네가 작년에 너희 집에 초대해서 본 것도 거의 3~4년 만일 걸? 근데 무슨 나를 좋아해~ 그랬으면 진작 연락했겠지."


 내가 코웃음을 치며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냐, 진짜야. 내가 얼마 전에 같이 술 마시면서 왠지 낌새가 이상해서 혹시 00이 좋아하냐고 물어봤는데 고개를 끄덕이더라. 같은 학교 근무할 때 좋아했다가, 고백은 못하고 그냥 있었는데 작년에 우리 집에서 오랜만에 널 보고 나서 다시 좋아하는 마음이 올라왔대. 네가 더 예뻐졌다고 하더라."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럴 수가 있는 건가 싶었다.

 그동안 같이 근무할 때에는 나에게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면서 내 친구에게, 그것도 술을 먹고 저렇게 말하다니..


 "진짜 어이가 없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에게 조금도 마음이 없어. 진심이야. 앞으로도 너랑 같이 아니면 볼 일 없고. 그 사람이 혹시나 내 얘기 묻거든 나는 전혀 관심 없다고 전해줘. 그게 그 사람을 위해서도 맞는 일인 것 같아. 괜한 희망고문 같은 건 진짜 아닌 것 같아."


 친구는 내 말에 알겠다고 했다.

 나는 '참 사람들의 성격은 다양하고, 세상에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하고 느꼈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솔직하게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저렇게 앞에서는 말도 못 하고 몇 년을 지내다가 뒤에서 다른 사람을 통해 고백을 듣게 하다니...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에게는 단호할 정도로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다.




 


 20대의 나는 희생적이고 열정적인 사랑만이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다. 내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주고, 내가 힘들 때 항상 내 곁에 있어주고, 자기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내가 필요할 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상당히 그릇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상대가 나에게 동일한 조건을 요구했을 때 나는 그 상대를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을까?' 하고 입장 바꿔 생각했을 때 내 대답은 'No'이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건강하고 오래갈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은 나의 삶을 잘 살아가면서 상대방의 삶도 존중해 주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것임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너무 힘들 때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지고 나 스스로가 자꾸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지기 때문에 건강한 사랑의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의 결혼은 내가 가장 힘들 때 섣불리 진행됐다. 20대 중반, 내가 마음이 너무 힘들고 외로웠을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에게 너무 고마워서 '보은'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마음 하나로 확신도 없이 덜컥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생각해 보면 나 스스로 결정했다기보다 주변에서 결정해 주는 대로 따랐다는 게 맞는 표현이었다. 그러다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전 남편은 나와 모든 면에서 너무 다른 사람이었고, 감정적 교류도 육체적 교류도 없이 5년의 시간을 고통 속에 흘려보냈다. 나는 늘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홀로 기대하고 실망하며 그를 기다렸고, 그는 자기 마음이 내킬 때만 집에 들어왔다가 또 홀연히 나갔다.


 




 그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나는 이제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이고 건강한 사랑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너무나 평탄하고 온실 속 화초 같은 삶을 살아온 나에게 하늘이 일부러 시련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려 하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혼한 직후에는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으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내 곁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내 아들이 있고, 나의 생활은 안정되고 평온하며 나의 주변은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감사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어떤 사람들은 이혼하고 나서 외로움을 잊으려고 남자를 많이 만났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나의 삶에 집중하기 위해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 가장 감사한 일 중의 하나는 내가 이혼했다고 해서 나를 쉽게 보고 다가오는 나쁜 남자들이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변하지 않는 생각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면 나는 구태여 남자를 만나지 않을 거라는 거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대기보다는 나의 삶을 내가 충실히 살아가면서 스스로 내 길을 올곧게 걸어갈 것이다.


 신의 은총처럼 나와 가치관이 비슷하고 삶의 지향점이 같은 사람이 나에게 다가온다면 그와 함께 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저 내 삶에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앞을 보고 걸으면 된다.

 


 앞으로도 나는 외롭다고, 힘들다고 해서 나의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사람인지 알고 삶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귀하게 보낼 것이다.



 하쿠나 마타타!

 No wor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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