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백수가 되니,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하고 하루를 만들어 가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남의 회사에서 일할 때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번쩍번쩍 떠졌으면서,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눈이 떠지기는 커녕 몸은 무겁게 축축 쳐지기만 하는지. 정말 노력 끝에 루틴을 만들었다 해도, 어느새 각종 변명들로 쉽게 무너지곤 했다. (본가방문, 생리통 등등..)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축축 쳐지는 하루를 시작해 게으름을 피우면, 모든 일을 게으르게 보낸다는 거다. 해야될 일들을 하기 전에 자꾸 유투브나 인스타그램을 헤엄치고 싶고, 갖은 핑계를 대며 나는 지금 아프다고 온 정신이 외치곤 한다. 이래서 수많은 시크릿 책이나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루틴을 확실하게 설계한 것 같다. 선명하고 깨어있는 시작이 분명 전체 하루를 좋은 길로 이끈다.
그렇다고 아침을 망치면 하루를 망치는거냐? 그것은 절대 아니다. 놓친 계획이 있다면 놔주고 지금 현재 내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하루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이는 단지 하루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삶과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나는 코로나 시절 여행관련 회사에 근무했다. 다행히 구조조정 문제는 없었지만 일이 정말 없던 시기가 있다. 할일이 없으니 점점 딴짓을 하기 시작했고, 마침 허리가 안좋아지기 시작해서 화면만 켜 놓는 꼼수를 부리고 누워있거나 근무시간에 몰래 한의원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렇게 할 일이 없다면 근무시간에 다른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을 게을리 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다른 일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 시기에 나는 살도 찌고, 모든 면에서 게을러졌다. 물론 코로나 특수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변명이다. 오히려 그 시기를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이용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후 이직을 하고, 대학원도 가면서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좋은기회가 생겼고, 성과를 인정받으며 일에 재미를 붙였다. 그러다보니 나의 정신과 에너지가 말고 넘쳐흐름을 느꼈다. 분명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은 할일 없이 누워있던 시절보다 뚜렷하고 마음은 충만했다.
지난 직장에서 팀원 한명이 다른 직업을 예전부터 꿈꿔왔고 거의 10년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단기 계약직으로 시작해서 장기로 다시 계약을 했는데, 근무 태도가 태만하거나 문제가 있지는 않았지만 다른 팀원들에 비해 회사에서의 성장을 욕심내지 않았던 건 분명했다. 분명 좋은 기회가 있는데도 주저하고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도 이제껏 꿈꿔온 직업을 이제 그만 놔주고 회사에 정착할 지 혹은 계속 준비를 병행할 지 큰 고민이라고 했다. 그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충고는 '그저 어떠한 일이든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해서 끝까지 가보면 자연스럽게 결정이 날 것'이었다.
회사 업무를 정말 열심히 해볼만큼 해보며 분명 이 일이 생각보다 괜찮은지 혹은 원래 쫓던 꿈을 다시 쫓아가야 할지 스스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는 그의 꿈을 이루었고, 그만두기 전까지 정말 열심히 근무를 해주었다. 원하던 최종 인터뷰에서 당시 현 직장에서의 경험담과 경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루를 그리고 인생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그리고 매 순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를 놓지 말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온갖 정보와 재미난 이야기들이 넘치지만, 사실 이 순간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다.
고양이가 한강위를 걸어다닌다고요?? 귀엽고 흥미롭지만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는건 자꾸만 눈이 감기는 책 한 문장을 더 읽는 것,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두발로 굳건하게 걷는 일이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하루는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