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삶의철학이 되다!
비가 오는 길거리를 거니는데 차 한 대가 내 옆으로 지나갑니다. 천천히 달리면 좋을 것을 어찌나 세게 달려오던지 고여있는 빗물이 튀어 내 옷을 적십니다. 흙탕물로 내 바지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오~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나의 감정은 이미 분노로 가득 차서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겁니다.
또는 친구들과 재잘재잘 이야기 하며 걸어가는 길에 새 한 마리가 날아갑니다. 그런데 이 녀석~ 내 머리 위로 무언가 떨어뜨리고 사라집니다. 무엇일까요? 그 녀석의 배설물... 새똥!
이런 상황에서 나는 "오~괜찮아"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 역시도 긍정을 하기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내가 의도치 않은 상황에 쉽게 긍정으로 마음의 평정심을 찾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오늘의 그림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아저씨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며, 마음이 밝아집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세상을 향한 따스한 시선으로 그림책을 만들고 1인극 공연과 강연으로 독자들을 만나는 김희경 작가의 [괜찮아 아저씨]는 제1회 비룡소 캐릭터 그림책 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느 마을에 머리 열가닥만 있는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고 사는 괜찮아 아저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아침이면 세수를 하고 머리카락을 세어보고 머리모양을 만듭니다.
하나, 둘, 셋, 넷,~ 열!!!
그러고는 말합니다.
" 오! 괜찮은데?"
한 올씩 머리카락이 빠질 때마다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보면서 말합니다.
"오~ 괜찮은데?"
어느 순간 머리카락은 한 올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아저씨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긴 것 같습니다. 풀숲에서 "조몰락, 조몰락" 무엇을 위해 그리 바삐 움직이는 걸까요?
드디어 완성!!!
멋진 모자가 완성되었습니다.
"오~ 이것도 괜찮은데"
괜찮아 아저씨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입니다.
긍정이란 무엇일까요?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억지로 좋은 것처럼 꾸미는 것이 아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가는 것이 바로 긍정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아우슈비츠]에서 수용소에 갇힌 유태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1944년 성탄절에서 1945년 새해까지 7일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리스마스 또는 새해가 오면 전쟁이 끝나고 가족들을 만나게 되리라는 막연히 믿는 맹목적 낙관으로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 상황을 외면합니다. 희망을 믿기만 했던 그들은 절망에 빠지고 더 이상 희망이 없을 현실의 무기력함에 현실을 살아갈 힘이 없어지고, 결국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합니다.
반면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상태에서도 현실을 인정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마음속에 새겼던 사람들은 끝까지 잘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괜찮아 아저씨도 현실에서 몇 개 안 남은 머리카락은 계속적으로 내게 남아있지 않을 거란걸 인정했을 겁니다. 온통 머리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중요하다 생각되었던 것들을 하면서 하루하루 즐겼습니다. 한올씩 머리카락이 빠질 때마다 그에 맞게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면서 한 가지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현실을 바로 보고 인정할 때, 내 마음은 더 이상 동요가 생기지 않고 새로움으로, 소소한 즐거움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내가 바라보는 현재의 상황이 어찌해 볼 수 없다면 그냥 그대로 인정해 보면 어떨까요?
인정하고, 다른 방면으로 새롭게 변화시켜 갈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자꾸만 노력하다 보면 한정적인 틀에 나를 가두어 놓는 것이 아닌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커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군자는 천하를 대함에 있어 꼭 해야 한다는 것도 없고, 절대 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없다. 단지 옳음과 함께 갈 뿐이다. <공자, 이인 10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