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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

by 이불킥개혁가

풍요 속에서는 친구들이 나를 알게 되고, 역경 속에서는 내가 친구를 알게 된다.


- 존 철튼 콜린스 -




어릴 때부터 늘 바쁘게 움직였어요. 20살에 사립학교 시설관리로 첫발을 내디뎠고, 전기 자격증 공부에 매달리며 강의 듣고 기사 쓰고 촬영도 시도했죠. 일이 잘 풀릴 때는 주변에 “와, 대단하다!” 하는 친구들이 모여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어요.


27살 어느 날, 척수공동증이라는 병이 찾아와 병원 침대에 누워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그전까지 너무나 쉽게 느껴졌던 계단 오르기가 버거웠고, 전기 공구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해 속상했고, 컵 하나 드는 것조차 힘들어졌죠. 그럴 때마다 문득 ‘과연 이 순간을 함께해줄 사람이 있을까?’ 불안해졌습니다.


그런데 밤새 통증에 몸부림칠 때 전화 한 통, “내가 뭘 도와줄까?” 하고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몸이 무거운 집안일도 대신해주러 달려와 준 친구가 있었고, 병원 창밖이 답답하다고 함께 복도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눠준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 순간, ‘함께 아파해주고 짐을 나눠지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친구구나’ 깨달았습니다.


지금 나는 다시 전기 공부를 이어가고, 작은 글을 쓰며 천천히 회복하고 있어요. 기쁜 소식이 있을 때 달려와 박수 쳐주던 친구도 소중하지만, 힘겨운 날 특별히 기억되는 건 고통을 함께 나눠준 친구들의 따뜻한 손길이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풍요와 역경을 한 꺼풀씩 지나며,

진짜 친구를 마음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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