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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지지 않는 것들과 함께"

by 이불킥개혁가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슬픔이 있다.

달랠 수 있는 슬픔과 달래지지 않는 슬픔이다.

달랠 수 있는 슬픔은 살면서 마음속에 묻고 잊을 수 있는 슬픔이지만,

달랠 수 없는 슬픔은 삶을 바꾸어 놓으며 슬픔 그 자체가 삶이 되기도 한다.

사라지는 슬픔은 달랠 수 있지만,

안고 살아가야 하는 슬픔은 영원히 달래지지 않는다.


-펄 벅, <자라지 않는 아이>-




슬픔에도 종류가 있더라고요.

어떤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져요. 그땐 너무 아프고 벅찼지만, 어느 날 문득 생각나면 그냥 조용히 마음 한켠에 묻어두게 되는 그런 슬픔. 가끔 꺼내보더라도, 그저 "그랬었지" 하며 다시 덮을 수 있는 슬픔이죠.

그런데 어떤 슬픔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어져요. 그 슬픔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바꿔버려요. 내가 생각하던 삶, 꿈꾸던 길, 심지어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까지도.

그런 슬픔은 '잊는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그냥 같이 살아가는 거예요.
마치 그림자처럼, 내가 어디를 가든 따라붙고, 어떤 순간에도 내 안에 남아있는...

그게 참 무섭고도, 이상하게도 익숙해지는 슬픔이에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 일부가 되어버린 슬픔.

그런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어요. 눈빛 하나, 말투 하나에도 담겨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누구보다도 삶을 진하게,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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