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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잰 Jul 12. 2024

[길:제주 올레 올래?] 코스 12 역코스

용수포구 - 수월봉 육각정 - 신도포구 - 산경도예 - 무릉외갓집

(사진 출처 : 제주올레 트레일)

  영수포구에서 09:50 걷기 시작한다. 우측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다.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 기착지라는 기념비를 볼 수 있고 또한 차귀도를 바라보며 걷는다.  차귀도 곁에는 차귀도만 한 크기의 무인도가 있었는데 임산부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제주도민들은 누운 섬이라고 부른단다. 

바다를 바라보며 길을 걸어 생이기정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간다. (생이기정은 제주 방언으로 '생이'는 갈매기와 같은 새를 말하며 '기정'은 절벽을 의미한다. 갈매기과 같은 새들이 날아다니고 모이는 절벽이라는 의미이다.)

  조금 더 걸어가면 당산봉 표지를 볼 수 있다. 당산봉 정자는 관리가 잘 되지 않은 탓인지 거미줄과 나뭇잎, 먼지 등이 많이 쌓여 있었고 당산봉 표지에는 뱀을 모시는 당(차귀당)이 있었다는 당산봉의 기원에 대한 내용도 언급되어 있었는데 '퇴마록'의 느낌... 약간 음기 뿜뿜 느낌이 들어 그대로 직진했다. 직진하면 시원하게 바다가 내려가 보이는 전망이 훌륭한 곳으로 접어든다. 

  여기가 제주올레 12코스에서 손꼽히는 절경이라고 한다. 정말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제주도에 15년 전 여행 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으셨다는 어르신의 설명을 한참 듣고 인사를 나누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다 좋은데 차귀도 옆의 무인도인 누운 섬은 지나가면서 가까워지니 쓰레기들이 해안가에 잔뜩 밀려온 것이 눈에 띈다. 플라스틱병들이 색색으로 밀려왔다. 씁쓸한 기분이다. 저렇게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람들도 한심하고 언짢지만 나부터 그리고 내 주위부터 정말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일깨우고 방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걷고 또 걷는다. 뙤약볕에 한참 약 5km를 걷다 보면 수월봉 육각정이 나타난다. 예전에는 여기 수월정(육각정의 이름)에서 기우제를 지냈었다고 한다. 여기서 동생이 준 바나나 하나 먹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바로 출발한다. 육각정 사진은 없고 육각정에서 내려다본 사진, 육각정 옆의 기상대를 배경으로 한 사진만 남아 있다. ㅠㅠ

  슬슬 운동화를 신고 온 남편이 지쳐가는 것 같다. 많이 걷고 산에도 다녔던 나와는 달리 최근에 많이 걷지 않았던 남편은 신발도 불편하고 뙤약볕에 걷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잠시 쉬면서 식사도 할 겸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마침 뿔소라 공원 근처에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어 점심 메뉴는 그것으로 결정했다. 바로 곁에는 자리백반은 파는 제주 음식점도 있었는데 사람도 너무 많고 자리는 그다지... 이어서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브런치로 먹기로 했다. 

(신도 포구와 도구리알, 그리고 바로 곁에 있는 뿔소라공원은 예전에 우영우 촬영지라고도 하고 그 유명한 남방 돌고래도 자주 출몰하는 유명한 곳이라는데 더위에 지쳐서인지 그런 것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브런치 카페로 들어왔다. https://blog.naver.com/ljk6641/223482676541?trackingCode=rss 이 공원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 글이 있네요) 

  바로 튀겨낸 포테이토칩과 치킨이 정말 맛있었고 곁들인 시원한 생맥주가 혈관을 타고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아주 짜릿하다. 식당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신도포구와 뿔소라공원 딱 중간에 있다. 찾기는 쉬운데 인터넷 검색에는 잘 안 나온다. ㅠ

  식사를 마치고 들른 뽈소라 공원. 이번 걷기에는 그 지명에 해당하는 나름 유명한 포토존 앞에서 사진을 하나도 못 찍은 것 같다. 뿔소라 사진도 없고, 돌고래 모형 사진도 없지만 대신 그곳의, 그 시간의  공기와 느낌은 마음과 머릿속에 각인시켜 왔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하멜일행의 표류기와 좌초 등에 관한 내용의 비석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남편은 벌써 저 멀리 가고 없다. 

  중간 스탬프를 찍는 곳은 산경도예라는 곳으로 예전에는 학교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곳이다. 산경도예 중간 스탬프 찍는 곳은 오던 방향에서 왼쪽으로 길을 건너 그대로 이순신 장군상 등 각종 조형물이 있는 학교 안으로 직진이고 나머지 길도 이 길로 계속 진행해야 한다. 자칫 산경도예에서 큰길로 나가면 다시 Back 해야 한다. 더위에 지친 상태에서는 1걸음도 아껴야 하니까. (바로 내 얘기다. 여기에 올레길을 상징하는 리본 등이 잘 보이지 않아서였는지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리본이나 싸인이 좀 더 잘 보이면 좋을 것 같다.)

  녹남봉을 넘어가는 길은 흙길이었는데 여기는 맨발로도 좋다. 오히려 발의 피로를 줄일 수 있어 좋은 선택인 것 같다. 나무가 우거진 곳을 한참 걸으면 위 중간 사진처럼 수로길 비슷한 출구가 나오고 녹남봉 오름 표지판이 나타난다. 이 정도까지만 와도 70%는 다 왔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땀은 폭포수 쏟아지듯 하지만 나름 견딜만하다. 남편은 힘들었겠지만. 

  녹남봉에서 무릉외갓집까지 오는 길에는 보니까 사진이 없다. 나무도 없는 아스팔트길을 계속 걸어오느라 둘 다 지쳐서 사진이고 뭐고였던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계속 걷다 보니 시간은 15:00이 되어 가고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야호!

  12코스의 매력은 바닷길과 오름과 봉우리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아스팔트까지. 그리고 여기에서도 신도포구 도구리 같은 전설 등도 알아갈 수 있는 아기자기한 코스이다. 이번의 제주올레 걷기도 만족 또 만족이다. 걸으면서 나를 정리하고 또 새롭게 깨달아가는 이 모든 과정이 걷기 그 자체이다. 

  무릉외갓집에서 동생을 만나기로 한 곳은 걸어서 20여분 정도의 거리. 인향동 마을회관이다. 마지막 파이팅을 외치며 걸어서 드디어 인향동 마을회관 앞에 도착해서 마시는 커피 한 잔(Neoh 너희는 제주방언으로 '여유'를 의미한다. ) 은 천상의 맛이다.!


    이렇게 제주올레 12길을 마무리한다. 행복하다. 

이제부터는 동생네 식구들과의 酒님 타임~!!! 

맛있고 즐거운 시간으로 재충전하고 내일은 올레길이 아닌 곶자왈 국립공원으로 출발한다.!!! 동생네 농사도 좀 도와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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