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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쁜 이야기 Jun 09. 2022

하느님께 쓰는 편지

1. 나한테 왜그러시는 거예요?


밤새도록 아팠는데

자고 일어나니 살만합니다.

살만한 김에 편지 좀 쓰려구요.


황당하네요. 하느님.


내가 분명 어제 119도 안부르고

자다가 죽겠다며

쉬어도 쉬는게 아니고 늘 피곤하니

그냥 영원히  쉬고 싶다고.

빨리 시라 만나겠다고.

어서 데려가라고. 말씀드렸는데.


왜그러시는 거예요?


극심한 두통과 심장의 압박 가운데

고통의 비명 한 번 안지르고

식은 땀 흘려가며 굳건히 잠을 청했건만

눈 떠보니 내 방이잖아요.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

재밌었던 사람들 많았고

천사같은 아이들에 둘러싸여 살게 해주신것

호강인 줄 알지만.

지구별 여행

할만큼 했고

소중한 이는 없습니다.

그만 급사시켜주세요.

먼저 천국에간 시라와 영원히 함께 살고 싶습니다.


라고 정말 진심으로 청했잖아요.


그런데 왜 아침부터 시엘로가 밥 내놓으라고 보채고

마일이는 내 배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나요?


이대로 세상 뜨면

미안할 인연들이 아직 남아서

라고 하지 마세요.


누군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채

어영부영 끝나버리는 인생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설마 내가 진짜 죽었을 때

동물은 구원의 대상이 아니라서

시라는 여기 없다고.

2월 1일 새벽. 그때 이미 끝났다는...

그딴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이러시는 건 아니겠지요?


물어 보면 답을 안하세요?



러시아 중국땜에... 수많은 죽음들 앞에서

너는 꼭 그래야겠니?

지금은 전시상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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