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쓰는 편지
1. 나한테 왜그러시는 거예요?
밤새도록 아팠는데
자고 일어나니 살만합니다.
살만한 김에 편지 좀 쓰려구요.
황당하네요. 하느님.
내가 분명 어제 119도 안부르고
자다가 죽겠다며
쉬어도 쉬는게 아니고 늘 피곤하니
그냥 영원히 쉬고 싶다고.
빨리 시라 만나겠다고.
어서 데려가라고. 말씀드렸는데.
왜그러시는 거예요?
극심한 두통과 심장의 압박 가운데
고통의 비명 한 번 안지르고
식은 땀 흘려가며 굳건히 잠을 청했건만
눈 떠보니 내 방이잖아요.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
재밌었던 사람들 많았고
천사같은 아이들에 둘러싸여 살게 해주신것
호강인 줄 알지만.
지구별 여행
할만큼 했고
소중한 이는 없습니다.
그만 급사시켜주세요.
먼저 천국에간 시라와 영원히 함께 살고 싶습니다.
라고 정말 진심으로 청했잖아요.
그런데 왜 아침부터 시엘로가 밥 내놓으라고 보채고
마일이는 내 배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나요?
이대로 세상 뜨면
미안할 인연들이 아직 남아서
라고 하지 마세요.
누군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채
어영부영 끝나버리는 인생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설마 내가 진짜 죽었을 때
동물은 구원의 대상이 아니라서
시라는 여기 없다고.
2월 1일 새벽. 그때 이미 끝났다는...
그딴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이러시는 건 아니겠지요?
왜
물어 보면 답을 안하세요?
러시아 중국땜에... 수많은 죽음들 앞에서
너는 꼭 그래야겠니?
지금은 전시상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