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묻다
3일짜리 AI 수업을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격이 컸다.
노래도 만들 수 있고, 유튜브도 할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고, 앱도 만들 수 있었다.
‘못하는 걸 찾는 게 더 빠르겠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그동안 AI를 업무용으로만 써왔지, 다른 분야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건 미처 몰랐다.
“앞으로는 1인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막연하게만 느꼈는데,
이제는 그 말이 바로 이해되었다.
AI의 도움으로 웬만한 일은 다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AI를 꾸준히 활용하면,
1년 반 뒤의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그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AI를 배우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앞으로의 시대는 ‘툴을 다루는 능력’보다 ‘기획’이 더 중요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AI에게 질문을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결국 같은 이유다.
기획의 핵심은 언제나 ‘왜(Why)’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좋은 기획자가 명확한 방향을 잡고 뼈대를 세워두면,
AI는 그 위에 살을 붙이고 속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핵심은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
즉 기획자 자신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서 오랫동안 미뤄뒀던 일을 꺼냈다.
개발비가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든다는 앱 개발!
이게 정말 수익이 날까 싶어 선뜻 시작하지 못했는데,
AI를 배우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나는 AI를 활용해 앱의 목업 작업을 직접 진행 중이다.
구상한 콘셉트를 실제 화면처럼 구현해보는 일인데,
하나씩 만들어가다 보니 일의 재미가 다시 느껴졌다.
이렇게 하나하나 해보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하지만 동시에,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AI 강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할 줄 아는 게 많아질수록, 시간이 부족하다 느껴질 겁니다.”
정말 그랬다.
AI 덕분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졌는데,
그만큼 하고 싶은 일도 끝없이 늘어나 있었다.
물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아직 어느 분야가 내게 가장 맞는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한 가지에 머물기보다
최대한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유튜브와 앱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였다.
아직 세상을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아들이
뜻밖에도 먼저 물었던 것은 이 한마디였다.
“그건 어떤 목적으로 하는 거야?
돈을 벌려고? 아니면 기록하려고?”
아들의 기습적인 질문에 머리가 띵~ 했다.
그런 말을 꺼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질문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함께 무언가를 하자고 제안받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먼저 묻고 싶을 것이다.
‘무엇을, 왜, 어떤 방식으로 할 건지’를 말이다.
같이 일하자는 건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기획 의도와 목적을 공유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니까.
그런데도 나는 그런 물음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것을 미리 설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들이 나의 작업 동료가 되어줄 거라 기대했지만,
정작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시키는 입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돈 버는 것이 목적이야.”
나도 모르게 어버버 대답하고 말았다.
그러자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보는 주제가 좋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영화 리뷰는 어때?
그리고 그 영화도 조금 자극적인 걸 고르는 게 좋을걸?”
그 말에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물론 아들은 나의 목적을 이루는 좀더 빠른 길을
알려주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래서 아들의
그 현실적인 분석이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묘하게 복잡해졌다.
맞는 말이긴 하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자극적인 콘텐츠가 효과적일 테니까.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이번에는 부모로서 해줘야 하는 말을 할 차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돈도 좋아하고, 많이 벌고 싶기도 해.
하지만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자극적인 영상은 당장은 흥미를 끌겠지만,
그게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진 않잖아."
아들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내 말을 들어주었다.
"엄마가 예전에 마카롱을 배우러 다닌 적이 있었지?
그때도 늘 고민이 있었어.
너무 달고 색소가 많이 들어가니까 이걸 배워서 팔아도 될까 싶더라.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조금 짧은 생각이었던 것 같아.
엄마가 안 만든다고 해서 그 맛있는 마카롱이 없어질 리는 없잖아.
그렇다면 차라리 덜 달고, 색소를 줄인 마카롱을 만들면 되는 거지.
엄마는 말야,
무엇을 하든,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싶어.
그리고 그런 콘텐츠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어.
자극적인 영상보다 조금 덜 벌더라도 어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그 마음이 엄마를 더 건강하게 만들거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동의라기보다,
무언가를 조금은 깨달은 듯한 표정을 한 아들의 얼굴이었다.
그 표정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아들은 과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우리는 지금까지 아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했지만,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구나.
아니, 그런 질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는 그래도 돈보다 먼저인 것이 있다고 믿었다.
그건 아마 지금처럼 SNS에서
다른 사람들이 화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처럼 짧은 시간 안에 성공하고,
호화로운 삶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돈’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
훨씬 앞선 기준이 되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오늘의 대화가 유난히 뜻깊게 느껴졌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늘 ‘무슨 일을 하고 싶니?’라고 묻지만,
‘어떻게 살고 싶니?’라는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그 대답이 곧바로 진로의 정답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질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과 직업의 특성 사이의 간격을 발견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간격을 조금씩 조율해 가는 과정이,
결국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이제 나는 그 질문을
아들에게 자주, 그리고 자연스럽게 던지려 한다.
“넌 어떤 삶을 살고 싶니?”
그 물음 하나로 아이의 신념이 무르익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