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괜찮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대화가 잘 안 통했지만, 다음에는 취향이 잘 맞을 수도 있고, 오늘은 답장이 늦었지만, 다음에는 먼저 연락이 올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적어도 읽씹은 당하지 않을지도 모르고요. 기대한 만큼 실망했지만, 실망한 만큼 또 기대하게 되는 게 우리니까요.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사실 굉장히 비효율적인 취미입니다. 한참을 공들였어도 어이없게 끝나버리기도 하고, 오랜 시간 마음을 써놓고도 “넌 그냥 좋은 사람이야” 한마디로 정리되기도 하니까요. 아무리 정리해도 결국은 생각나고, 잊었다 싶으면 근황이 궁금해지고, 다시는 안 볼 거라고 결심했는데 그 사람의 친구 스토리마저 괜히 또 보게 되는 건 왜일까요.
그래도 이상하게, 다음 사람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요일 아침 눈을 뜨는 일은 여전히 힘들지만, 수요일쯤이면 조금 익숙해지고, 목요일이 지나면 “그래도 살 만하다”는 마음이 들 듯이요.
이전엔 잘 안 됐지만, 다음에는 조금 덜 애쓰고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낙관.
우리는 그 낙관에 기대어,
또다시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움직입니다.
우리는 실망을 겪고도 또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꽤 이상한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진짜 취미는 ‘기대하는 일’ 인지도 모르겠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에게 다시 기대를 걸어보는 일 말이에요.
물론 사랑이 항상 달콤한 건 아니지요. 인간관계는 더더욱 그렇고요. 마음이 막 동하려던 순간, 상대는 이미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나, 겨우 마음을 열었더니, 그 사람은 벌써 등을 돌린 뒤였거나. 모처럼 잘 맞는 것 같아 기대하려던 참에, 타이밍이 어긋나고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일도 많죠. 흔해서 더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꾸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됩니다.
백 번을 실망해도, 백한 번째를 기대해 보는 일. 그게 우리의 끈질긴 낙관이자, 기꺼이 바보 같을 용기 아닐까요. 사람이 사람에게 실망하면서도 다시 사랑을 꿈꾸는 건, 그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사랑을 믿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이번이 아니면, 다음.
오늘이 아니면, 내일.
이번 사람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올 누군가.
실망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코스라면, 그다음 기대도 놓치지 않기로 합니다. 당장은 좀 서운하더라도, 다음엔 좀 웃게 되겠지요.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결국, 그렇게 또 사랑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