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기에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는 ‘자기중심적인 성향’에 대한 것이다. 사실 나도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다. 그리고 나의 이 성향을 나는 싫어한다. 왜냐하면 상대에게 습관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인 성격의 출발점을 생각해 보면 결국 자기 욕구 충족이 원인이다. 상대방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일보다 내 욕구에 대해 상대방이 충족시켜주기를 원하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결국 자기중심적이게 된다.
생각해 보면 연애사에서의 이별도 다 이 문제 때문이었다.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소통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요구하거나 그런 식이었다. 연애를 할 때 싸우지 않는 사람들은 두 가지 유형이라고 한다.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고 가깝지 않은 첫 번째 유형,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두 번째 유형. 결국 진정으로 서로가 원하는 바를 소통하고 티키타카가 되어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서 질문*
그럼, 과연 나는 나의 욕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그리고 혹시 내 기준으로 상대의 욕구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상대와 갈등 상황에서 서로의 욕구에 대해 귀 기울이고 갈등을 풀 수 있는가?
2025년 다이어리를 구매할 때 질문 스티커를 팔길래 함께 구매했다. 다이어리에 쓸 내용이 없을 때 스티커를 사용하면 요긴한 글감이 된다. 여러 가지 주제가 있는데, ‘최근에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올해의 나는 어떤 도전을 했고, 앞으로 나는 어떤 도전을 할까요?’와 같은 주제이다. 이 질문으로 인해서 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나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제대로 답할 수 있는데 , 상대에 대해서 질문도 해보지 않고 나의 촉이나 경험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다 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사람들은 자주 간과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나는 이 속담과 함께 최근에 본 'Billie Eilish, Khalid - lovely' 뮤직비디오가 생각났다. 빌리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으며 느꼈던 감정을 뮤비에서 깊고 넓은 수족관에 갇힌 기분으로 표현했다. 겉에서 잠깐 봤을 때 이 수조의 크기는 그렇게 깊고 넓지 않았으나 자세히 보니 이 수조는 점점 더 깊고 넓어졌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그리고 물이 얼어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수조 밖에서부터 언다. 이는 우울증을 겪으며 일어나는 행동에 대해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 등으로 2차적인 상처를 입고 더욱 고립되는 심리를 보여준다.
올드보이에서도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누군가에겐 죽음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시사하고 있다. 반대로 다정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
우리는 상대에게 얼마나 자주 다정한 질문을 하는 사람인가?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요즘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했어?”
“요즘 듣는 노래는 뭐야?”
“앞으로 시간이 있다면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뭐야?”
그리고 나에게 하듯 상대에게 질문하자. 진정한 어른이라면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