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안에서 혼자서도 잘 지내요
그리고 조금 멍청했다.
그래서인지 뒤통수가 납작한 편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가만히 잘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미용실을 운영하던 엄마가
손님의 아기에게 “책 보여줘”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래서 곧이곧대로 책을 펼쳐서
아기 얼굴을 향해 보여줬다.
그리고 일곱 살쯤 됐을 때는
엄마가 나를 업어주면
“엄마 허리 아파. 내려줘.”
라고 말하며 자꾸 내려가려고 했다.
이렇게 순하던 사람이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다 보니
결국 상처받고 소모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혼자 잘 지낸다.
사람을 배척하며 사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모두와 잘 지내면서
어느 정도의 경계 이상은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을 넘는 사람은 나를 지키기 위해 끊는다.
이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은 바로
‘무례한 사람’이다.
자기감정과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
폭력과 권위로 찍어 누르는 사람,
은근히 깎아내리는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
칭찬과 비난을 교묘히 섞어 말하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로 인해 너무 소모되어 왔다.
그래서 이제 의미 없이 소모되는 시간이 지친다.
이렇게 변하면서 나처럼 냉소적이고
사람과 거리를 두는 사람들은
보통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다고 느꼈다.
특히 주목을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진 유명인의 경우,
꽃에 벌과 나비뿐 아니라 벌레들도
같이 꼬이는 듯하다.
나는 이제 나를 지킬 줄 알고,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 되었다.
앞으로도 아무에게나 나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