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의 직장 같다
열세 번째 일기
세상은 하나의 직장 같다. 눈을 뜨면 출근하는 것이고 눈을 감으면 퇴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눈을 감고 눈을 뜨는 사이에 있는 시간만이 휴식인 것인가? 그렇다기엔 매번 뒤척이다가 잠들고 꿈자리 역시 편안하지 않은 까닭에,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삶이라는 일을 충실히 하고 있는 기분이다. 충실하게 행하지만 노력에 비해 매번 결과는 좋지 않은 것. 꾸중하는 상사는 창문을 열었을 때 불어오는 바람이나 현관문을 나설 때 신발 앞코가 걸리는 문턱이다. 혹은 이상하게 운수가 좋지 않고 뒤숭숭한 날인지도 모르겠다. 기분이 내내 어수선하고 정돈되는 것은 없고 문득 가라앉는 마음을 그대로 밑바닥까지 침잠시키고 싶은 날.
사회인이라는 말은 무섭다. 나는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가 늘 무섭다고 생각한다. 두려움과 무서움은 조금 다른데, 두려움이 아예 맞닥뜨리기가 꺼려지는 마음이라면 무서움은 제법 건조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무서운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인간이지만 같은 인간이 가득한 공간에서는 되레 기운이 빠진다. 힘이 사라진다. 마음에 뚫린 구멍으로 무언가가 줄줄 새어 나가듯이.
아무래도 회사에 있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이다. 나의 쓸모는 상대적이다. 세상이 상대적이기에 명확한 기준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모두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만족감 혹은 우월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비참한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귀한 손님이지만 어떤 곳에서는 있으나 없으나 한 존재가 된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차라리 없었으면 좋을 사람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마음속에서 나의 쓸모는 절대적이다. 내가 나를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한 번 정의한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마음을 절대적으로 판단하지 않기 위해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만 오늘의 나는 확실히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당신들도, 오늘 나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인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