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선배의 작은아버지는 장의사라고 한다
네 번째 일기
직장 선배의 작은아버지는 장의사라고 한다.
그는 술을 마시다가 나에게 자살한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을 자랑거리처럼 들려주었다. 때문에 나는 순간 내가 그에게 서른 살에 자살할 예정이라는 말을 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솔직히 그의 이야기는 제법 흥미로운 편이었지만 그만큼 불유쾌하고 거북했으며, 무엇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사후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남에게 늘어놓는 그의 가벼운 태도가 몹시 비호감이었다. 나는 빨랫줄에 목을 매달아 죽은 사람, 손목을 긋고 욕조에 들어가 죽은 사람, 방에 번개탄을 피워 죽은 사람, 아파트에서 투신해 화단에 떨어져 죽은 사람의 세세한 사후 모습을 상상하고는 속이 안 좋아져서 더는 못 듣겠다며 농담처럼 웃어넘겼다. 그러자 선배는 자신의 옛날 연애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전혀 궁금하지 않은 타인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적어도 스스로 처참한 말로를 선택한 자들의 모습을 더 듣지는 않았으므로 그나마 나은 일이었다.
그는 진지한 호소나 충고가 통하지 않는 인간이다. 세상 사람이 모두 자신만큼 입과 생각이 가벼울 거라고 착각하는 부류의 사람이기에, 그에게 맞춰 적당히 장단을 꾸며내야만 내가 원하는 대로 그를 이끌어갈 수 있다. 한 번 기분이 수틀리면 뒤끝이 매우 길어서 어떤 말을 하든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농담처럼 웃으며 내뱉어야 한다는 공략법을 생각하면 굉장히 피곤한 사람이다.
선배에게는 삼 년 사귄 애인이 있다고 한다. 그의 애인은 자기중심적이고 가벼운 그와 사랑을 나누며 얼마나 많은 인내를 거칠까. 혹은 애인도 그와 비슷한 사람일까. 그래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연애를 이어나가고 있는 걸까. 나는 서른이 되기 전에 그와 연락을 완전히 끊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의 작은아버지가 없는 곳에서 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떤 방식으로는 스스로 죽음을 택한 나의 마지막 모습을 그가 알게 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할 테니. 나의 사후가 세상 이곳저곳에 알려지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끔찍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