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남편과 함께 하니 좋은 점
생각보다 많을 걸?
남편에게 화가 났는데 남편을 주제로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살짝 짜증이 나서 긍정회로를 돌리며 써봅니다. 나의 정신승리를 위한 글.
이 글을 읽고 누군가 기분이 나쁘다면 그건 내 남편뿐! -태클 걸지 말아 달라는 말을 둥글게 하는 중. 나 지금 전투력 활활!
1. 각종 세금 또는 이용료 면제 및 할인(*서울시 기준)
- 자동차 구입 시의 자동차에 대한 취득세와 개별소비세, 자동차세 면제
: 1년 전 자동차를 구입할 때 내는 세금을 면제받았다. 시각장애인 남편과 살아서 평생 운전을 할지언정..! 남들 1년에 한 번 내는 자동차세는 안 내도 된다. 물론 자동차 명의는 남편과 나 공동명의.
-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감면
: 주차요금이 50%에서 80%까지 할인이 된다. 물론 남편과 함께 타고 있어야 함. 장애인주차구역 이용 또한 남편이 함께 타고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 남편과 아이를 주렁주렁 달고 주차장을 헤매는 일이 없어 좋다.
- 공공시설 이용요금 면제
: 나라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시설(수목원, 동물원,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장애인과 동반 1인은 무료이다. 아이가 24개월 이전일 때는 세 가족이 어딘가에 갔을 때 0원인 날도 많았다. 놀이공원이나 아쿠아리움 같은 사설업체도 대개 할인이 있다.
- 세대전기료 할인
: 그와 가족이 된 후부터 전기세는 거의 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워낙 끄고 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할인이 들어가면 0원. 에어컨 좀 많이 틀었다 싶었던 지난여름에 9천 원 정도 나왔고 그 외의 날들엔 0원이다가 올해 들어 전기료가 인상되면서 천 원대 정도 납부하고 있다.
- 수도요금 할인
: 수도요금 할인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지난해부터 서울시에서 중증 장애인 가정을 대상으로 수도요금 월 10톤까지 감면해 주었다. 샤워 오래하는 그를 위함인가 보다...
- 가스요금 할인
: 우리 집은 도시가스로 대륜 e&s를 이용 중인데 장애인세대에 대하여 할인혜택이 있다. 온수나 난방은 해당 없음.
- KTX 함께 이용 시 티켓값 50% 할인
: 예전 글에도 썼지만, KTX를 이용할 때 그와 함께 발권을 하면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의 보호자’로 티켓값이 반값이다.
- 서울 지하철 무료
: 이 또한 KTX처럼 함께 탔을 때 무료로 승하차할 수 있다. 나 혼자일 땐 이용은 당연히 안되고, 그와 함께 타면서 장애인 당사자가 가진 복지카드 겸 교통카드를 찍어줘야 승하차를 할 수 있다.
- 서울시 시각장애인 이동지원센터 이용
: 복이 있는 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일명 복지콜!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택시로 이용요금이 일반 택시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 3,000원 넘었다 싶으면 오래 탔구나 싶은..! (몇 년 전에 우리 집에서 서울역까지 일반택시 탄다면 2만 원이 넘는 거리인데 3,300원 정도 나왔다.) 그렇지만 대기가 워낙 많아 내가 이용하고자 하는 시간에 타기는 하늘에 별 따기이다. 택시가 바로 연결되었다? 그럼 그날은 복이 있는 날!이다 싶은 거다. 이 택시 말고도 이동의 대안이 없는 건 아니나 이용료가 저렴하고 시각장애인이동지원센터라는 이름에 맞게 기사님도 시각장애인에 대하여 잘 아시다 보니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안내도 친절히 해주셔서 시각장애인들의 인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남편은 어디 나가면 복지콜이 연결될 까지 기다리기만 하다가 늘 말도 안 되는 시간-지하철이나 일반 택시나 타고서 집에 왔으면 진작 자고 쉬고 있을 시간-에 집에 들어올 때가 많다. 택시를 핑계로 약속시간에 늦은 적도 있다. ‘안 보여서 그러니까 좀 늦어도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이 나와 가장 안 맞는 포인트.
-공연 티켓
: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콘서트나 연극, 뮤지컬 등과 같은 공연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할인혜택이 있다. 애 본다고 못 보고 산지 아주 오래. 할인받아도 금액이 덜덜 떨리는 건 비밀
2. 좀 지저분하게 살아도 모른다.
그리고 남편이 물건을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해야겠기에 평소에 정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날 부지런하게 만드는 사람. 근데 가끔씩 지저분해도 눈 감아 주기에... 쪼금 편히 산다. 화장실이 더러운지 눈으로 확인을 못하니 청소를 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건 함정. 두 번의 만삭 때도 화장실 청소는 내가 함.
3. 내가 (오늘은) 못생겼는지 잘 모른다.
이게 최대 장점이다!!!!
화장 안 해도 예쁘다 해줌
4. 장애인이랑 결혼해서 대단하다는 소리 듣고 산다.
살면서 ‘대단하다 멋지다’는 말을 들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난 그 소리를 이 남자와 결혼하면서 평생 들을 소리를 다 들어본 듯하다. 앞으로 만날 사람들도 나에게 더 하게 되면 더 듣게 되겠지? 그런데 이게 그런 소리를 들을 일인가?
결혼할 당시 근무했던 학교에서 업무 때문에 가까워진 선생님이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남편이 시각장애인)도 알게 되었다. 특수학급에 있는 우리 학생들을 대하는 것도 어색해하던, 장애가 자신과는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을 그녀가 장애를 가진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를 처음 보았으니 내가 얼마나 신기했을까.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겼을 때부터 그녀는 나에게 "대단하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칭찬이라면 칭찬이지만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대단한 이유가 "장애인과 함께 사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집안일도 네가 다 할 거잖아"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중에 육아도 혼자 하게 될 텐데 힘들겠다"까지. 남편도 남편 몫의 일을 다 한다고 했지만 그녀는 크게 믿지도, 듣지도 않았고 사실 뭐 그녀가 믿느냐 들어주느냐는 나도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장애를 가진 사람이란 무조건 도움이 필요한 사람, 시각장애인은 아예 눈이 깜깜하게 안 보이고, 청각장애인은 귀가 하나도 안 들려 수화를 무조건 사용해야 하며, 지체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타거나 누워서 집 밖으로는 나오지도 못한다. 심지어 그녀는 교실에서 많은 장애학생을 만났을 터인데도 그녀가 만난 학생 모두가 글자도 읽고 쓰지 못하고 부끄러움 등의 감정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아들 나이 정도의 이해 정도를 가진 아이라고 생각해 온 듯하다. 나 또한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기에 정확히 안다고 할 수 없고, 일반교과교사로서 그녀의 생활에 대해 완벽히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녀 또한 장애, 장애인, 특수교사 등에 대해 모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1년 내내 나를 위인으로 만들어버렸다. 위인전 하나 써주는 줄. 살다 보면 듣기 좋은 말만 어찌 듣고 살겠냐마는 듣기 싫은 말은 그냥 한 번만 듣고 한 번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활동보조도, 무급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그저 아내로서 그를 대할 뿐이다. 남편이 장애인인 것이 언제나 고려되지만 나에겐 남편일 뿐이다. 내가 천사도 아니고 (천사야~~라는 말도 들어봤다. 남편이 웃는다) 그냥, 잘 살고 있으니 되었다 하고 바라봐 주면 안 될까? 그와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어쩔 수 없이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일까? 모든 인간관계는 잘 쌓아가다가도 결국엔 오지랖으로 무너지는 것 같다. 소심한 나는, 쫄보인 나는, 결국 내가 마음이 좁아서 그렇다고 결론을 내려버리지만 말이다.
남편의 장애로 상처받은 적은 없다. 다만 타인의 오지랖과 무지에 상처받는 건 장애를 떠나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겠지만 그것을 그저 받아들이고 인내하기엔 내가 그리고 나의 사랑이 마냥 천사 같고 희생적인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