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되지 않은 마음으로 씁니다.
최근에 새롭게 만나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남편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러더니 누군가 물으셨다.
“얼마 전에 인간극장에 시각장애인 선생님이 나오던데… 그분이신가요?”
“아, 아니에요. 저는 아니고… 아는 분이긴 해요.”
“그렇구나~ 루시아 님도 인간극장에 나가보세요~”
응?
스러운 말이었지만, 사실 종종 듣던 말이다. 실제로 그런 류의 다큐멘터리 작가님들로부터 연락을 받아온 적도 많다. 남편이나 내 블로그를 보고 찾아오신 분들이다.
“다양한 장애인의 삶과 가족 이야기를 담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방송국에서 연락드렸어요. 루시아 님의 이야기를 화면으로 담아보고 싶습니다.”
시각장애인 남자와 연애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처음엔 나도 이 삶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쌓일수록 알게 된다. 그 누구보다도 더없이 평범한 매일이라는 걸.
다른 집처럼 아이의 교육 문제로 고민하고, 사소한 말다툼을 하고,
금요일 저녁엔 캔맥주를 마시며 서로를 위로하고, 주말이면 어디로 나가야 할지 검색해 보는…
그런 너무나도 ‘보통의 일상’.
물론, 사람들에겐 궁금할 만한 이야기들도 있다. 몰라서 몰랐던 장애인 가족의 삶, 조금은 낯선 풍경일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인터뷰는 종종 했다. 그 이야기의 끝에 내가 늘 덧붙이는 말은 이거다.
“저희 이야기가 특별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방송 제안을 이제는 그냥 웃으며 넘긴다. 이렇게 말하니 더이상 연락이 없다.
“화면에 나오는 제 얼굴이 예쁘지 않더라고요.”
(진짜다. 실물이 더 예쁨. 히히 ㅋㅋ)
“남편에게 눈으로 욕하는데, 그걸 박제하고 싶진 않아요.”
(이것도 진짜다. 내 이미지 절대 지켜)
방송이, 연출이 필요한 건 알지만
나는 연출된 장면대로 움직이는 게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서로를 그렇게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부부도 아니다.
그런 장면만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군가의 감동을 위해
우리의 일상이 조각나고 편집되는 것,
그게 억지스러워서 싫다.
그런 내가, 글은 굳이 쓴다.
굳이 글로, 나와 남편의 일상을 드러낸다.
내가 쓰는 이야기니까,
연출도 내 마음이다.
꾸며낼 필요도 없고, 악마의 편집도 없고,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드러내다 보면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민망하면 그냥 혼자 이불 킥하면 된다.
“그걸 누가 읽겠어?”
싶을 때도 많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쓰고, 내가 읽으면 되니까.
나는 내 글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감을 끊임없이 제공해 주는 남편에게, 감사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