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휘발성 에세이 #117. 손수건은 있니?

by 최동민 Dec 13. 2024
브런치 글 이미지 1


노벨상 연설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당연히 첫 회부터 연설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연설은 비교적 짧은 소감 발표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1949년, 윌리엄 포크너의 인상적인 연설 이후,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깊이 있는 연설이 노벨상 시상식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고 하죠.


당시 윌리엄 포크너는 종말하지 않는 인간의 힘을 말하며 인류를 응원했고,

카뮈는 진실과 자유를 말하는 작가의 역할에 대해 말함으로써 문학의 가치를 다시금 우리에게 말해주었죠.


그리고 또 한 사람. 한강에 앞서 노벨상을 받았던 여성 작가,

헤르타 뮐러의 수상소감도 인상적입니다.

“손수건은 있니?”

이 짧은 질문으로 시작되는 연설 속 주인공은 헤르타 뮐러임과 동시에

같은 시대, 같은 아픔,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이들이었습니다.

눈물 흘리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았던 시대를 살던 이들.

죽음이 당연했던 시대를 살던 이들.

그런 이들에게 건넬 것이 고작 작은 손수건이 전부였던,

그래서 “손수건은 있니?”라는 소극적 질문을 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

헤르타 뮐러는 그런 이들과 그들의 시대를 진중한 연설문을 통해 위로해 주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연설은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응원이자, 조금 먼저 시대를 떠난 이들을 위한 진혼곡이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연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시금 초를 들어야 하는 두 손, 칼바람 가득한 광장에 서야 하는 두 발.

부끄러움과 분노, 슬픔과 좌절의 감정을 겨우 감추며 질끈 깨문 입술.

한강 작가의 글은 그 모든 것을 감싸안아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너무나 절실한 온기. 그것을 건네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온기가, 그 일렁임이 어디까지 여행을 떠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온기로 띄운 풍등은 하늘을 가득 메워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울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휘발성 에세이 #116. 금과 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