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의 시선이 다르다는 사실
앞서 아픈 부모를 대하는 세 자매의 접근이 각각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첫째 언니는 즉흥적이며 전통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둘째 언니는 최소한의 인사치레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나는 생각은 둘째언니 쪽이 간절한데 실제로는 첫째 언니보다 에너지를 더 쓰고 있다. 둘을 제외한 나만 현재 백수인 까닭도 있지만, 내 개인적인 결심에서 생긴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주고 후회할 망정, 박하게 굴지는 말자
20대 중반쯤(아마 대학교 도서관에서였던 것 같다) 단 한번 읽고도 제목과 저자, 그리고 그 안의 연구꼭지를 지금까지 기억할 정도의 임팩트를 가진 책이 있었다.
How are to live - Peter Singer
그 책에서 어떤 실험이 있었는데, 공리적 결정을 한 그룹과 온갖 이기적인 결정을 한 그룹의 성과는 결국 같았거나 공리쪽이 우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머리 굴리면서 이기적인 행동을 해 봤자, 마음 편하게 사는 편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고 그 때 나는 앞으로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마 나는 그 때까지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일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책 속 연구결과가 그러하다면, 나도 그냥 그렇게 결정하겠다, 그런 결론을 지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20대에 첫 취업을 한 후에 그 전부터 계속 벌이가 없던 외할아버지가 나에게 월 3만원씩만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난 농담쯤으로 받아들였고 기분도 별로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내 결정에 후회가 되었던 것이다. 그냥 드릴 걸... 그 당시 나에게 월 3만원은 별 의미가 없는 돈이었기 때문이다.
이러저러 해서 나는 부모가 나에게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왔어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었고, ...3번에 한번은 부모님 집에서 나올 때마다 울거나 기분이 안좋았었다.
그런 나에게 큰언니의 부모님에 대한 한결같은 모습은 워낙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강해 보여서, 내가 그러한 결정을 바꾸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데 도움을 줘 왔다. 언니가 내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난 이미 다른 결정을 했을 것 같다.
반면, 둘째언니는 부모님댁과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내가 미쳐서' 그런 것이 아님을 확인 할 수 있다. 아마 머릿속으로는 내가 둘째 언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내 모습이 머리로는 둘째언니보다 세고, 행동으로는 첫째언니보다도 강하다는 것이다.
이건 완벽한 모순이다.
내가 오늘 이렇게 아픈 건 내가 연기하는 것도 아닌, 날 것 그대로의 모순을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A. 진심으로 엄마, 아빠게 편하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고
B. 나 자신도 잘 살고 싶다.
문제는 이것이 양립 가능하냐는 것이다. A에 매진한 결과 B가 흔들리는데, 이것 때문에 겁이 많이 난 상태이다. 왜냐하면 내 부모는 이기적이라 내 B에 관심이나 관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A는 이제 내가 지금까지 하듯 신경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잘 굴러갈 것이다.
B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나라도
아니, 이럴 때일수록 B가 더 중요하다.
주로 B, 약간의 A 그 외엔 한 치도 낭비가 있으면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