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보다 중요한 서로의 발작버튼.
연애를 하다가 결혼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주변에서 이렇게 이야기 해요.
‘식장을 일단 잡아야 해. 인기 있는 식장은 1년 전에 예약이 끝난대.’
‘요즘 스튜디오 촬영도 하고,
야외 스냅, 드레스 가봉 스냅, 데이트 스냅,
신혼여행 스냅 등등 사진 엄청 찍는대.
남는 건 사진이야.’
‘평소에 메이크업 받아봐야
나한테 어울리는 게 뭔지 알 수 있어.
돈 좀 들이더라도
예식 당일에 메이크업만 동동 뜨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유명한 곳 하나하나
도장 깨기 하면서 몇 군데 받아.
그래야 너한테 어울리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어.‘
갑자기 마음은 조급해져요.
식장을 상견례 하기 전부터 잡는 건지,
그래도 되는 건지,
양가 어른들께 정식 인사는 언제 어떻게 드리고,
상견례는 언제 어디에서 하는지,
사진 찍는 비용으로 어느 정도 책정해야 하는지,
결혼‘식’에 쓸 비용은 얼마로 정하는 게 좋을지,
결혼 후 같이 살 지역과 장소는 어떻게 정할지.
그리고 신혼여행은 언제 어디로 갈 것인지.
정말이지 연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온갖 결정과 계약과 그 이행으로 인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라요.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것에 관해서는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요.
저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들이 있어요.
조금 더 본질적인 것.
바로 ‘발작버튼’이에요.
한자로 말하자면 ‘역린’이라고 해요.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인데,
이를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하여
건드린 사람을 죽인다고 해요.
이런 역린을 쉽게 표현해 본
‘발작버튼’.
누구에게나 있지만,
연애할 때는 잘 보이지 않거나
심지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쉬워요.
결혼 전에는 함께 ‘생활’하는 게 아니니까요.
혹 발작버튼을 눌렀다 하더라도,
역린을 건드렸더라도
크게 노한 모습을 못 보기도 해요.
그러다
결혼 후 처음으로 서로의 발작버튼을 알게 되면
너무 놀라고 당황하게 되어요.
그래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드러난 현상만을 문제삼게 되고
대화는 산으로 가게 되어요.
그러지 않기 위해,
현상이 아닌 그 원인에 가까워지기 위해
결혼 전에, 스드메보다 먼저,
서로의 역린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아야 해요.
특정 외모일 수도 있고,
학벌이나 회사일 수도 있어요.
원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고요,
특정 말투나 행동일 수도 있어요.
본인이 크게 노하는 포인트를
서로에게 차분하게 알려주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해요.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행동을 할지 규칙으로 정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역린, 발작버튼은
거의 유일하면서도 내재된 상처와 관련있고,
너무나 본질적이어서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
보통이에요.
그렇지 않은 것은 역린이 아니라,
고집에 불과해요.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맞춰줄 수 없는 것,
맞춰줄 수 없고 참을 수 없어서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줄까봐 걱정되는 것,
건드려지지만 않으면 크게 노할 일이 없는
깊은 뿌리가 있는 상처.
이런 부분에 대해 꼭 결혼 전에 알아보아야 해요.
결혼생활은 기쁠 때, 즐거울 때 뿐만 아니라,
슬플 때, 아플 때, 힘들 때에도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 대화를 성공적으로 하게 되면,
결혼생활 중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관해서도
차분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될 거에요.
시간과 공을 들여 대화를 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가 용납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르는 것,
그 대화를 하기에 좋은 때는
연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갈 때,
식장과 스드메를 정하기 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