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불행해지는, 신기한 결혼생활.
결혼이라는 건, 참 신기해요.
생각할수록, 보면 볼수록
이토록 신기한 일이 또 있을까 싶어요.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가족’이 된다는 것,
‘혈연 아닌’ 가족이라는 것이
시간이 갈수록 더 신기해요.
결혼을 결정할 때,
이 사람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정말 아무 것도 몰랐구나’ 싶고요.
성인이 된 후에는
‘난 이런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게 있는데,
결혼하고 보니
‘난 그런 사람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도
정말 많아요.
이렇게, 결혼생활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참 많은 점을 배우게 하는 것 같아요.
이혼 상담을 할 때,
첫 상담 때 제가 자주 드리는 말씀이
‘이혼 후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세요.’예요.
휴대전화 가족결합 해지,
정수기, 안마의자 렌탈 정리,
거주할 집, 직장,
통장들, 열쇠들, 자동차,
자전거,
아끼는 소품,
서로 주고받았던 선물들,
원가족과 주고받았던 선물들,
신혼여행 사진, 기념품,
결혼식 사진 등등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스스로 처리해야 해요.
이걸 역으로 생각해 보면,
결혼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어떤 결혼생활을 꿈꾸세요?
구체적으로 한번 그려볼까요?
매일 깨끗한 집, 깨끗한 침구,
정돈된 방과 거실,
건강한 먹거리,
잔잔하게 흐르는 차분한 음악…
서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아침에 일어나면 안아주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의 식사를 챙기고,
서로의 원가족을 정성스럽게 대하고,
아이들이 있다면
아이들은 건강하고 예의바르고…
이런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집과 침구, 옷들을 때에 맞게
정리하고 세탁해야 하고요,
사랑스러운 눈빛이 나오려면
나의 마음에 사랑이 가득해야겠지요.
식사를 챙기려면 식재료 준비와 조리, 요리를
때에 맞춰 해야 하고요,
원가족들은 때로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이 때에도 정성스럽게 대하기 위해선
내 안에 사랑이 있어야 해요.
아이들은 당연히 실수하고, 서투르니
예의를 잘 가르쳐야 하고요.
잘 가르치는 것도 아이의 기질과 성향에 맞게
가르쳐야 하니, 아이에 대한 연구도 필수지요.
또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직장에서도 무탈히 지내야 하고요.
어떤가요?
꽤 수고스럽지 않나요?
가만히 앉아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때로 내키는 것만 하면서
‘행복하다, 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그건 빙산의 일각을 전체로 착각하는 거에요.
사랑은 많은 수고를 포함해요.
단, 혼자 살 때도 당연히 해야 했던 일과
결혼 후 추가로 하는 일은 구분해야 해요.
(혼자 살더라도 일하는 것과,
집안 정리와 청소, 먹거리 관련은
당연히 하는 것이니
이건 결혼생활을 행복하기 위해 하는
수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사랑하면,
오래 참고요,
노엽게 하지 않고요,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요,
나를 내려놓고요,
무례하게 행하지 않고요,
시기나 질투도 하지 않아요.
사랑하면
나를 독점적으로 차지할 수 있게 해주고요,
존중하고 배려하고 양보해요.
예쁘게 말하고요,
자세히 설명하고요,
설득도 당해주고요,
어떤 건 넘어가주고, 덮어주기도 해요.
조건을 달지 않고요,
혼자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지 않고요,
비난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아요.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요,
절제하는 모습도 보이고,
상대가 힘들어 하면 먼저 손 내밀고,
어깨도 내어주어요.
힘들고 때로 귀찮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는 것,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것,
이 점을 같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어떤 것도 거저 얻을 순 없다는 게
세상의 진리더라고요.
특히 의미 있는 것은 더하고요.
행복한 결혼생활 역시 마찬가지에요.
가만히 있는다고
결혼생활이 행복해지지 않아요.
내가 하던대로 하거나,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면
가만히 있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나의 수고를 기꺼이 들이는 것,
이것이 인생의 초중반부 이후를 좌지우지하는
행복한 결혼생활의
첫 걸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