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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Dec 11. 2023

런던 살인 사건 4 (오민우와 오회장)

오 회장 아니 오의원이 있다는 영국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길이었다. 재영 한국대사관에서 영국 국회의사당은 걸어서 2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세 사람은 말이 없이 걷기만 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증거도 없으면서 현직 의원에게 우리가 불쑥 찾아가는 것이?”



김성현 영사는 자기도 가자고 해놓고서 지금 와서 망설여지는 모습이었다.



“민희의 핸드폰에서 오철수 의원에게서 문자를 받고 전화를 건 내역이 있어요. 그리고 어제 오의원의 아들과 찍은 사진이 저장되어 있는데 그 다음 날 민희가 죽었어요. 조사할 당위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영욱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오민우와 민희가 찍은 사진을 찾은 이후에 경태는 오회장의 번호로 문자를 받고 민희가 통화한 내역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것이 오회장은 번호임은 대사관에 김영사가 전화하여 확인했다.



경태 또한 불안한 기색은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착찹한 마음으로 걸어가는 그들 옆을 빨간 더블데커 버스는 시원하게 관광객들을 싣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 영국 국회의사당 앞



“여기가 거기군. 민희의 사진에 있던…….”



런던의 상징인 빅벤이 이들의 눈 앞에 나타났다. 조금 기다리자 한 동양인 무리가 나타났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확인하자 확실히 오회장 일행이었다.



“말씀 여쭙겠습니다. 혹시 오철수 의원이십니까?”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네. 저는 영국대사관 경찰 담당 김성현이라고 합니다. 몇 가지 여쭤볼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잠깐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보시다시피 제가 일행이 있는데 다음에 이야기하면 안 되겠습니까?”



“네. 민희씨 관련된 일이라서요.”



오철수 의원은 민희와 관련된 일이라는 말에 놀라는 기색이었다. 이어 일행에게 가서 이야기한 후 세 사람에게 다시 돌아와 화난 얼굴로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십 분 뒤에 합류하기로 하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려고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군요.”



“네. 바쁘신 거 알지만 여쭤봐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것이 무엇이죠? 민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현직 국회의원의 업무를 방해하시면 경찰 영사관이라도 저희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남성 국회의원에게도 지켜야할 사생활이 있습니다. 혹 루머로 저를 협박하실 생각이라면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겠습니다."



김성현 영사는 갑자기 위축되는 눈치였다. 영욱은 정치 뉴스에서 한국 국회에서 큰 소리로 싸움질 하던 국회의원들을 생각하며 '역시구나!' 싶었다.



"아. 네 그러면 정식으로 런던 경찰에 가서 진술하시면 되겠습니다. 저희도 영국 경찰에게 조사 결과를 제공하기로 하고 이 일을 조사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이만."



영욱은 '강자에게는 강하게 약자에게는 약하게'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생각나서 이렇게 말했다.



"아, 왜 그러십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그제서야 오철수 의원은 이들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그저께 민희씨와 통화하신 적 있으시지요? 그 때 무슨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네 통화를 했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로요.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민희씨가 어제 저녁 런던의 호텔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네? 어떻게 그런 일이…”



오철수 의원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는 듯 보였다. 잠시 비틀거리더니 다시 정신을 가다듬는 듯이 보였다.



“아직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타살이 의심되는 상황이라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되거나 자극적인 보도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 같은 상황이라서요…….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이 그 전날 오후에 오민우 이사와 민희가 런던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민희의 핸드폰에 저장이 되어 있었어요. 어제 저녁에 의원님이 전화하신 통화내역이 들어 있었구요.”



“아……. 휴……. 그게……. 개인적인 사항이라서 말씀 드리기 곤란한데…….”



“네. 그럼 언론에 이 사진이 넘어가도 괜찮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김성현 영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복수를 해서 통쾌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 이 분들이 왜 이러실까……. 네……. 알겠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릴 테니 그런 말씀은 거두어주십시오. 그게……. 우리 아들 오 이사가 민희와 잘 지내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우리 민우가 여자를 진지하게 사귀는 편이 아니라서요. 그냥 가볍게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버려 두었죠. 그러다 말겠지 했어요. 그런데 민우가 LJ 그룹 셋째 딸 시호양과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시호양과 약속이 있었는데 시호양을 바람을 맞추었습니다. LJ 그룹 측에서 화가 많이 났어요. 알아봤더니 우연찮게도 런던으로 간 것을 알고 제가 그저께 일정을 취소하고 둘을 찾아 냈습니다. 많이 놀라는 눈치 더라구요. 아들을 데리고 가 혼쭐을 내고 민희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받지 않기에 통화를 하고 싶다는 문자를 남기고 아가씨가 전화를 해 왔더라구요.”



소설 속에서만 보던 정략결혼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에 영욱은 놀랐다. 민우가 화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의원은 말을 이어갔다.



“그 정신나간 놈이 민희와 여기까지 여행을 오느라 LJ그룹 셋째 딸을 바람 맞추다니요. 우리 사업도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놈이 정신이 나간 것 같아서 어제 따끔하게 혼을 내서 한국으로 귀국시켰습니다.”



“다 큰 성인인데 너무 하신거 아닙니까?”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사업이 쉬운 줄 아십니까? 그 녀석도 제가 고혈압이 있어서 흥분하면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본래 성품이 착한 놈이라 일단 돌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사인은 무엇입니까?”



김반장이 헛기침을 하면서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만, 의원님과 아드님은 현재 용의자이라서 자세한 수사상황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말씀 감사드리고 필요하면 다시 소환하겠습니다.”



“맹세코 저는 그 아이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똑똑한 아가씨라서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을 잘 알고 있었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별로 충격 받는 것 같지도 않았구요. 어리석은 것은 제 아들이었지요.”



세 사람은 오의원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영욱은 결혼까지 사업의 방편으로 삼아야 하는 이들의 삶이 결코 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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