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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Dec 04. 2023

런던 살인 사건 2 (그룹 키아라 멤버 민희)

역시 고급 호텔답게 내부 인테리어는 매우 화려했다. 공주들이 사용할 거 같은 침대에 고급스러운 가구에 어딘가 모르게 고급스러운 냄새까지 났다.



“한국 대사관에서 나왔다고 말 좀 해줄래? 영욱군?”



영욱이 경찰들에게 영어로 설명을 하자 영국 경찰들은 신분증을 요구했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나서야 둘은 방에 들어가볼 수 있었다.



영국 경찰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다. 영욱은 그와 이야기를 나눈 후 김영사에게 전해주했다.



“런던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수사권은 런던 경찰에 있다고 하는데요?



“응, 아는데 이 사람이 연예인이고 매니저가 핸드폰과 노트북을 꼭 돌려달라고 했다고 전해줘.”



영욱은 그대로 전했다.



“개인정보 보호 철저하게 할 테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자기들이 가져 가겠다구요.”



“아이참. 한국말 읽지도 못하면서……. 그럼 기초조사 끝나면 돌려달라고 해. 연락 오면 찾으러 간다고.”



런던 경찰 쪽 사람들도 서로 의논을 하는 듯 보였다.



“아 가져가도 좋답니다. 단, 단서를 찾으면 본인들에게 알려달라고 하네요.”



“당연하지. 우리로서도 이 일이 타살이라면 범인을 꼭 찾아야 하는 거니까 정보 공유는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해.”



“그런데, 영사님은 영어를 못 하시면서 어떻게 런던에 파견 나오게 되신 거에요?”



“아니, 내가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데……. 예민한 문제라서 그렇지…….”



영욱은 민효를 통해 김 영사에 대해 미리 들은 것이 있었다. 김 영사는 영어를 책으로만 공부해서 영어 점수는 높지만 외국인만 만나면 입이 딱 붙어버린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민효에게 밥과 술을 사주면서 영어로 말할 일이 있을 때 자주 동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김영사는 민효에게 부탁하고, 민효는 나한테 다 갖다 맡기고 이건 또 하나의 먹이 사슬인가?’



영욱은 잠시동안 얄미운 민효를 생각했다.




런던 경찰은 30분간 지문 채취 등을 끝낸 후 민희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돌려주기로 했다. 그동안 영욱은 방을 살펴보았다. 고급스러운 방 내부에 민희의 흔적은 작은 캐리어 가방 하나와 책상 위에 펴진 노트북과 옷장에 걸려있는 옷가지 몇이 다였다. 청순하고 예쁜 민희는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파자마 차림으로 카페트 위에 쓰러져 있었다. 의대생인 영욱이지만 실제로 죽은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오늘 아침 매니저에게 메신저로 몸이 안 좋다고 했나봐……. 이상하다고……. 매니저는 호텔 카운터에 전화해서 약을 구해서 먹으라고 했고……. 메신저를 주고 받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고. 매니저는 호텔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부탁했고 호텔 직원이 민희가 사망한 것을 발견한 거지. 그게 오늘 오전 열 한시 무렵이고.”



“혹시 자살은 아닐까요?”



“글쎄……. 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긴 거니 자살일 가능성은 낮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니까.”



영욱은 런던 경찰이 수사하는 상황을 멀찌감치 하지만 또렷이 지켜보았다. 이 사람들은 느리지만 맡은 일은 철저히 해내는 사람들이었다. 하나의 증거도 놓치지 않으려고 현장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폴리스 라인으로 막아두고 증거를 수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목 주변에 긁힌 상처가 있네요. 그리고 평소에 차고 다니던 목걸이가 있을 거에요. 아마 몸싸움으로 끊어진 거 같아요.”



“어 맞네. 목 주변에 그래 보이네. 예리한 걸. 몇 학년인데 벌써 실습을 하는 거야?”



“나중에 제가 해야 할 일이 그런 거 아니겠어요. 증상으로 환자들 진단 내리고 치료하고 미리 연습하는 거죠. 뭐.”



“그래. 미래 의사 선생님이 보시기에 이 환자는 뭣 때문에 사망한 것 같습니까?”



김영사는 벌써 영욱이 친근하게 느껴졌는지 농담을 던졌다.



“글쎄요. 경찰들이 잘 판단하겠지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영욱은 경찰들의 일거수일투족 놓치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한 경찰은 솔(brush)로 카페트 위 먼지까지 모으고 있었다.



“먼지 하나 놓치지 않는군. 영화에서만 보던 범죄 현장을 다 보다니 의외로 재미있는 날이 되겠는걸.”



영욱은 이 일을 맡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 매니저가 대사관에 직접 전화를 해왔어. 수사야 현지 경찰이 하는 것이 원칙이고 대사관 직원이 일일이 조사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연예인이다 보니 핸드폰과 노트북에 담긴 내용이 기자 같은 사람에게 전달되면 큰일이 난다고 하니……. 연예인이야 이미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우리들과는 다른 게 많은가 보드라고. 그나저나 이 비싼 호텔에 혼자 묵다니 돈이 많기는 많은 가봐. 이 넓고 고급스러운 방에 혼자 묵다니……. 우리는 여행가도 늘 싼 숙소만 찾아 다니는데……. 연예인이 다르긴 다른 가봐”



영욱은 런던에 자주 오지만 늘 다니는 빅토리아 스테이션 역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의 이 호텔에 한번도 들어와 본 적은 없었다. 워낙 화려하고 비싼 곳으로 유명하고 늘 경호원 같은 사람이 입구를 지켜서 멤버십이 없는 경우는 구경도 못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멤버십이란 것도 돈이 많다고 살 수 있는 것 만도 아니었다.



‘자살이라면 설명이 되지만 혹시 타살이라면……. 누군가 매니저와 메신저를 주고받던 민희의 방에 침입해서 살해한 거라면 문제가 커지겠는걸. 런던에서 한국 인기 연예인이 죽다니…….’





런던 경찰이 영욱을 불렀다.



“핸드폰과 노트북 기초조사 끝냈다고 가져가라고 하네요. 그리고 단서를 찾으면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말라고 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영욱은 런던 경찰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말했다.



“혹시 Mr. 오 란 사람을 아느냐고 묻는데요? 이 호텔에 Mr. 오가 방을 두 개 빌렸고 그 중 하나가 이 방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모르고 성(Family name)으로만 수속을 밟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세히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일단 사인(死因)은 기도 폐쇄로 인한 질식사로 보인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그렇군요. 시반이 나타나고 창백하고 혀가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질식사로 보입니다. 하지만 목 부분엔 긁힌 상처 이외에는 질식을 유발할 만한 목 눌림 자국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성현 영사는 영욱의 설명에 감탄했다.



“역시 미래의 의사양반은 다르구먼. 마음에 들어. 처음에 민효에게 자네 이름만 전해 들었을때도 믿음이 갔다니까... 그리고 아직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혹시 누구한테든 언급하지 않도록 해. 혹시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제가 그걸 말할 친구가 있으면 오늘 같이 날씨 좋은 날 이런데 나오겠습니까?”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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