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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Jan 04. 2024

런던살인사건 마지막회 (최서원의 진실)

"소설을 쓰는군.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어. 의대생 양반. 나를 살인범으로 만들어서 당신에게 얻어지는게 뭐야?"



윤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건 진실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증거는 영국 경찰로 부터 확인된 것이고 땅콩 알러지가 있는 당신이 땅콩 가루를 구입하고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보호장구를 구입한 것은 영국 경찰에서 조사해보면 간단하게 확인될 거니까. 굳이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영욱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모든 증거들이 윤희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희를 만나서 뭘 했습니까?"



이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경태가 끼어들며 말했다.



"매니저님도 민희만 위하는 거에요? 흥. 런던에 레인즈버로우 란 곳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더라구요. 그래서 전 우리 집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오늘 여러분을 만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만났어요. 민희도 저를 보자마자 우리가 쌍둥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같더라구요. 아무래도 똑같이 생겼으니까. 목걸이를 확인하고 싶어했어요. 목걸이를 확인한 이후에 그 애는 감동받는 듯 했어요. 그리고 다시 만나자고 했어요. 난 당신들이 민희인줄 알았어요. 민희가 만나자고 했으니까."



윤희는 경태에게만은 온순해지는 듯 했다.


 


"만나자고 하는데 왜 먹으면 죽을 지도 모르는 위험한 음식을 가방에 넣어둔 겁니까? 포장지까지 교묘하게 다시 붙여서요. 이제부터라도 서로 의지하면서 살 수 있는데요?"



영욱이 한 번 더 윤희를 도발했다.



"당신들이 뭘 알아? 민희만 중요하고 난 피해망상자이자 스토커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나는 아무도 없다고. 그러니까 내가 민희때문에 살 수가 없어. 살 수가 없었다고. 그래. 그래서 내가 죽인 거야. 내가 죽였다고. 내가 땅콩가루를 사서 시리얼을 만들어서 민희의 가방에 넣었어. 그래서! 그러면! 그 아이 때문에 망친 내 인생은 어떻게 하라고!"



윤희는 눈을 부라리며 얼굴이 상기되어 다시한번 섬뜩한 모습으로 소리를 질렀다. 영욱은 김영사에게 눈짓을 했다. 그리고 주머니 속의 음성 녹음기를 만지작거리며 녹음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래. 내가 했어. 나도 몰랐어. 진짜로 민희가 이렇게 죽어버릴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당신들이 나를 민희 대신에 키아라 활동을 시켜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나에게 땅콩시리얼을 그 아이 가방에 넣은건 블루베리가 종이를 칼로 오리고 사진에 낙서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아이가 날 집에서 쫓아내지 않았다면 민희대신 내가 키아라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윤희는 부르르 떨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입니까? 민희씨가 당신을 내쫓았다구요?"



김영사가 놀라며 말했다.



"그래요. 아저씨. 제가 똑똑히 기억이 나요. 그 아이의 얼굴이 보이고 그리고 문이 닫혀요. 그리고 난 앞으로 앞으로 끝없이 걸었어요. 누군가가 나를 고아원에 데려다줬어요. 몇달 뒤 영국으로 입양되어 왔구요. 문이 닫히기 전 곰인형을 안고 있던 인형같던 그 아이의 얼굴이 악몽같이 자꾸 생각난다구요. 그 아이가 나를 쫓아내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곳까지 오는 일은 없었을거라구요!"



윤희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




그때 흐느끼던 최서원이 말했다.



“윤희야. 내가 할 말이 있어. 그날 너를 잃어버린 건 사실 나 때문이야. 말 안 듣는 네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내가 바깥에서 생각을 하라며 문 밖으로 내보냈어. 5분 뒤에 나갔는데 너는 보이지 않았고….. 난 죄책감에 모두에게 집에 누가 침입해서 널 잃어버린 거라 말했지만 사실은 내가, 나밖에 모르던 내가 두 아이를 키우다가. 네 기억 속에는 민희가 문을 닫은 것처럼 되어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 뒤에 내가 있었어. 민희는 오히려 네 걱정을 많이 했지. 그 사실을 잊어버리기 위해 그 이후에 민희에게는 너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지. 하지만 단 하루도 너를 잊어본 적은 없단다. 그리고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단다. 하지만 김윤희라는 이름의 아이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어.”



“뭐? 당신이? 당신이라고? 말도 안돼. 난 민희를 안 이후 민희만을 미워하고 살아왔는데 미워해야 할 사람이 당신이었단 말이야? 오마이갓.”



윤희는 흐느끼는 최서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김영사와 조경태가 그녀를 막아세웠다. 서원은 바닥에 널부러져 울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알아둬야 할 게 있어. 그날 호텔방에서 내가 본 게 하나 더 있어. 그건 비행기표였어. 그리고 분명히 두 개 였어. 영국 경찰에서 이 사람을 아느냐고 보여준 그 표에는 당신 이름이 적혀 있었어. Yuni Thompson. 민희는 함께 돌아가자고 같이 살자고 그러려고 했던 거라고.”



영욱이 말했다.



"말해줄게 하나더 있어요. 윤희양. 그날 아침 민희가 죽기전 나하고 나누던 이야기가 있어요. 민희가 유라가 탈퇴하고 싶어한다고 말했고 그 자리에 재능있는 친구 한 명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어요. 영국에서 만났는데 함께 귀국하겠다고요. 갑자기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제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군요."  



흐느끼는 최서원과 울부짖는 윤희, 그리고 죽은 민희가 안타까운 조경태의 울음 소리가 보트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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