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아 미티 Jun 03. 2023

취향을 만드는 소비가 있었나요?

소소무물 | 29번째 이야기 






치타미티

최근 컨텐츠를 하나 보았는데 충격이었어요.

소비의 경험이 나의 취향을 만든다는 내용이었어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유행하는 옷도 사보고, 오늘의 집에서 인기 있는 인테리어 가구도 사보고 하면서 '아, 이런 스타일은 나에게 안 어울리는구나', '이건 정말 유행이라 한 계절을 못 지나는구나' 등을 느끼는 거죠. 

제가 충격받은 건 이 부분이었어요. 나는 소비의 경험에서 얻는 실패의 과정이 있었나? 


분명히 있을 거예요. 중학교 때 유행한다고 사 입었던 카고 바지를 다음 해엔 찾지도 않고, 요즘 유행이라고 해서 샀던 부츠는 발에 편하지 않아 구석에 박혀 있죠. 

그럼에도 저는 실패에 관대하지 않고 겁이 많은 스타일이에요. 왜 그럴까 고민을 하다 주말에 본가에 갔어요. 


집을 돌아보니 오래된 것들이 가득했어요.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는 소파와 이상한 꽃무늬 옷장, 엄마가 결혼할 때부터 썼다는 밥솥까지. 

엄마의 취향이 가득한 집안의 모습이었죠. 예쁜 것보다는 효율+가성비 좋은 물건들, 반짝 유행하는 것보다 오래오래 쓸 수 있는 물건들이 거실과 방 모두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본가에 있을 땐 엄마와 참 많이 투닥거렸어요.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와 엄마가 생각하는 인테리어가 달라 열심히 입 씨름을 했죠. 분위기를 바꿀 발 매트 하나만 사도 엄마 마음에 들지 않아 투닥투닥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그치, 그냥 오래 쓸 수 있는데 그중에 싼 거. 그거 사자'라며 타협하는 시간들이 있었어요. 


아마 엄마는 엄마의 취향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거예요. 집은 그대로인데 짐이 많아지니 많은 걸 사면 안되고, 어차피 기능만 하면 되는 거 오래 쓸 수 있는 게 최고였죠. 


작년부터 저는 집에서 나와 서울에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물건을 선택하는 기준이 감각적이거나 세련되었다?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최저가를 선택하고 있고, 그것들은 애정 없이 사용되다가 버려져요. 조금씩 용기를 내어 공간을 채우고 있어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작은 물건들부터 나의 공간을 '나'스럽게 만들 물건들까지. 이 선택들이 나와 내 공간을 더욱 애정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저에게 키티언니는 작은 아이템부터 패션까지 키티언니만의 취향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멋진 투명 안경과 노트들, 펜 선택까지도.!)

키티언니는 취향 가득한 소비를 하고 있나요? 혹 기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키티언니


'내가 먹는 것이 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뜻인데요. 소비가 나의 취향을 만든다는 문구도 동일하게 대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사는 것이 나.’라고요.


지인 중에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 있는데요. 쇼핑을 정말 많이 합니다. 그동안 쌓인 쇼핑 경험을 통해 각 카테고리마다 궁극의 리스트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해요. 그이의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들은 그 집에 입성할 수 없죠. 물론 실패 경험도 넘쳐난다고 합니다.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궁극의 리스트를 만들 수는 없겠지요.


저 역시도 수많은 카페에 들러 기백잔을 마시고 돈도 많이 썼습니다. 그 경험치들이 있었기에 좋은 카페 리스트를 가지고 커피 취향을 가지게 되었죠. 물론 돈을 버렸다는 느낌을 준 카페들도 꽤 있었습니다.


카페처럼 경험이 아닌 물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제 취향이 담긴 물건은 핸드크림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보습이라는 실효적 이득보다 철저하게 향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반쯤은 향수라고 봐야겠지요. 향을 의식하고 핸드크림을 사면서 제가 상큼하고 가벼운 시트러스 계열이나 플로럴 향보다 약간 무게감 있는 코튼이나 우디 계열의 향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워낙 유명한 제품이긴 하나, 우디향 좋아하신다면 르라보의 히노끼 핸드크림 추천합니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로 도전해보고 있습니다. 가령, 러쉬의 로즈잼이라는 바디젤을 좋아하는데요. 

편협했던 예전의 저는 장미라는 이름만으로 맡아도 보지 않았을 겁니다. 근래는 좁다란 식견을 넓혀가는 중이라 매장에서 테스트를 해보았지요. 아아, 뭐랄까요? 장미 꽃다발이 아니라 꽃밭에서 나뒹굴어지는 느낌이랄까? 무게감 있는 진한 장미향이 정말 좋습니다. 이후로 장미향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좋아졌어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는 이것저것 경험해 봅니다.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더라도 종종 다른 스타일도 써보자. 도전해 보자로 펼쳐가고 있습니다.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좋아하는 것이 많아지는 건,  행복 버튼도 늘어난다는 이야기니까 좋은 거 아닌가요?



p.s 저는 미티님의 문구와 가방들을 보며, 취향이 확고하다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제일 돈을 많이 쓴 분야는 내가 담기지 않을 수 없잖아요.

이전 08화 나에게 종교 같은 것이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