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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자 Oct 29. 2023

투명하고 창백한 별과 별 사이에 낀 눈물

              

삼 일 내내 종이꽃으로 가득 찬 관이 있었어

관 속은 비었지만 오싹한 기분이 들지 않았어  

   

꿈속에서 내 이름을 부르던 당신의 목소리

그날 새벽 부고를 알리는 전화가 올 줄 알았어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 물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알 수 있는 곳에 없을 것이라는 잠시 의심했을 뿐이야


의심이라는 작은 구멍에 손을 집어넣었다 얼른 뺐더니

코스모스가 유달리 예쁘게 피었다 진 계절이 왔어     

벚꽃이 늦게 피었다 꽃비가 내린 사월이 도착했어


거실 한가운데 걸린 가족사진에는

정지된 시간이 해바라기로 피어났어     

작년에 보낸 편지가 이제 집에 도착한 거야

그때야 느린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사라진 것들이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관 속에 있었어 

    

역할이 끝난 배우처럼 퇴장하고

뜬금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소나기처럼 당혹스런 눈물은

연극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았어   

  

별과 별 사이에 낀

투명하고 창백한 눈물은 보이지 않을 뿐

떨어질 때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

두 개의 별이 사랑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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