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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무진븐니씨 Sep 10. 2021

<너의이름은>과 인연 :실타래

송블리의 키워드무비 l 그것은레쓰비 아니죠, 무스비 입니다.

■키워드: 인연, 실타래

(*스포있음, 다 보신 분들께서만 읽기를 바랍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으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가 있다. <너의 이름은>이다. 두 남녀가 시간을 초월하여 체인지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유성의 충돌을 막기 위한 일련의 스토리가 펼쳐지는 영화이다. 남자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의 시공을 초월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키는 미츠하의 몸속에 들어가서 미츠하의 삶을 살기도 하고, 미츠하는 타키의 몸속에 들어가서 타키의 삶을 살기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서로의 아이폰에 남겨진 기록을 바탕으로 서로의 삶을 유추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에게 다가오는 큰 사건은, 몇천 년을 주기로 도는 혜성이 '이토모리'라는 마을에 떨어져 그 사건을 막고자 하는 '타키'의 노력으로 그려진다. 미츠하와 타키의 몸과 정신이 체인지되면서 바뀌는 것도, 어쩌면 그 유성 충돌 사건에서 이웃주민들을 구하기 위하여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주인공들의 생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토모리'라는 마을을 구하기 위하여 그 둘은 그렇게 몸이 바뀌는 기상천외한 경험을 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후에 이러한 현상에 대한 설명은 미츠하에 할머니에 의해서 그 궁금증이 풀릴 수 있기도 하다.


미츠하의 할머니는 언니 미츠하와 요츠하에게 실을 잇는 집안의 전통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무스비'라는 시간을 잇고, 실을 잇고, 인생을 잇는 어떤 철학적 개념을 말해준다. '무스비'는 일본어로는 묶다. 매듭의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인데 애니메이션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 공간의 흐름을 묶는 것을 '무스비'라고 표현했으니 이는 그 시간에 만난 운명적인 인연에 대한 의미로도 확장 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개념으로 보인다. 그렇게 '무스비' 인연의 매듭, 운명적인 인연에 대한 빨간 실타래를 가진 두 남녀, 미츠하와 타키는 3년 뒤에 도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는 영화의 이야기가 사뭇 색다르고 재미있게 그려진다.


영화에서 사건 현장에서 단서를 찾고 그 일을 막기 위하여 타키는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서 '미츠하'의 이름을 기억해내려고 한다. <너의 이름은>은, 그렇게 서로의 삶 속에서 서로의 인생과 이름을 기억하기 위하여 손바닥에 펜을 들고, 이름을 기억하려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후 SNS에서는 이를 패러디하는 많은 이미지들이 형성되었다. 타키는 미츠하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미츠하는 타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하여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그려졌던 것은, 왜일까? 아마도 두 사람의 재회가 예견된 영화의 명장면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영화 제목도 Your Name, きみのなほえは이다.


한 인생에 있어서, '빨간 실타래'가 이어진 두 남녀가 사랑의 연은 맺고 살아나간다는 것은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고 난 뒤에 허락이 된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서 살펴볼 수가 있다. 이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인 영화이기도 하지만, 예견된 그 유성 충돌이라는 사건을 막고 과거를 변화시켜 현재에서 이어지게 한 '타키'와 '미츠하'의 지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마, 두 사람의 한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었다면, 그 마을도, 타키와 미츠하의 사랑도 빨갛게 이어진 실타래 속에서 이어지지 못했을 종류의 것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인연으로 연결된 실타래를 지켜낼 수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빨라지는 사회의 움직임에 따라서, 우리들의 감정, 우정, 사랑 같은 소중한 가치들도 비교적 빠르게 변하는 휘발적이고 즉각적인 감정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생겼다. 인간관계 같은 것들도, 내게 더 잘 맞는, 내게 더 유익한 사람들에게로만 향하려고 하는 휘발적이고 즉각적인 자세로 전환하여 맺게 된다. 그렇기에 기존에 맺은 나를 위해주는 인간관계에는 소홀해질 수도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한번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고 교류를 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는 사실 이 가느다라면서도 묵직한 실타래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휘발적이고 즉각적인 관계로 치닫는 현대사회라고 할 지라도, 영화 <너의 이름은>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본인의 원래 가치를 잘 알아주는 이들, 소중한 추억 속에서 함께 한

이들에 대한 무게감 있는 인연에 대하여서도 소홀해지지 말자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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