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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퐁 Oct 10. 2022

코딩이나 할까?

IT 생태계 입문 가능…?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said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said
기술을 배워야 돈을 벌지
세상이 변해도 기술은 변함없지

- 넉살, <Skill Skill Skill (Feat. DJ Wegun)>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확실한 것은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는 것이다. 취업 준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나 같은 문과 출신이 직무를 정하고 산업군에 맞춰 첫 커리어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정답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마케팅을 예로 들자면, 특별히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마케팅 능력이 있음을 증빙해야 하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만 받다가 처음 풀어보는 서술형 문제에 당황한 대학 신입생이 된 심정이다.


 아, 어쩌란 말인가. 요즘은 데이터 분석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길래 그로스 해킹* 스터디에 참여한 적 있다. 근데 여기 초급자 코스 맞아? 스터디원 모두가 하나같이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주고받고 있었다. 한글 반 영어 반이 섞인 한영 혼용을 구사했는데, 대충 들어 보면 마치 한국 래퍼들의 랩 가사 같았다. 아, 이게 소위 말하는 판교 사투리?


 Damn! 나 홀로 이 IT 강국 코리아에서 멀리 뒤처져 있음을 절절히 깨달았다. 개발 직군도 아닌 사람들이 한글과 영어를 섞어 free talking을 하는 situation이라니. Oh my gosh! Don’t you know I’m a savage? ‘네카라쿠배’** 같은 빅 테크 기업의 선호도가 삼성, 현대와 같은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을 추월한 지도 꽤 되었다. ‘기술’을 강조한 울 아버지 세대의 기술이 제조업과 산업 단지를 기반으로 한다면, 우리 세대가 익혀야 할 기술은 IT와 강남, 판교가 바탕인 셈이다. 장류진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표지에 나오는 육교를 기억하는가?


 올해 경제학과를 졸업한 지인이 개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근황을 보았다. 하, Finally. 정부가 IT 인재 육성을 주도하지 않아도 결국 코딩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destiny인 걸까? 굳이 내가 찾지 않아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알아서 부트캠프*** 광고를 띄우고 있다. 좀…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코딩을 배워야 하나? 코딩을 배우면 ‘네카라쿠배’가 아니라도 취업할 수 있을까? (개발자 연봉이 5000이니 뭐니 하지만 그 정도는 바라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다면 한 5-6년 전쯤에 웹 개발을 전공할 걸 그랬나 싶다. 그랬다면 지금쯤 적어도 3-4년 차 개발자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고 싶은 것만 한 죄, 너무나 많이 욜로 한 죄가 참 크다. 한편으로 ‘나 같은 수포자에 기계치가 개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정관념이 내 진로를 가로막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IT 회사에 취직한 동네 친구가 IT 어렵지 않다고 했던 게 떠오르기도 한다. (잘 지내니, OO아?)


 그러나 모든 게 어디까지나 다 가정일 뿐이다. ‘내가 그때 OO를 했더라면~’ 하는 상상의 열차에 올라타면, 나는 주식으로 대박 났거나 영끌해서 부동산 투자에 성공할 수도 있었던 사람이 된다. 원 - 달러 환율이 1200원이었을 때 달러를 모조리 사들인 다음, 환율이 오른 만큼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을 뻔한 사람도 될 수 있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 보자. 문과에 무스펙인 나, IT 테크 기업에 취업하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 IT 업계에도 개발자 외에 다양한 직군들이 있다. 이 중에서 그나마 내 적성에 맞는 직무를 찾아야 하겠지? 설령 개발 직군에 비해 TO가 적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IT 생태계와 하루빨리 친해져야 한다. 퍼블리나 원티드를 구독하면 될까? <일의 기쁨과 슬픔>보단 재미없겠지만, 읽다 보면 적응되고 정들겠지. 아마도.


 언젠가 부트캠프를 신청하고 코드를 짜는 순간이 오겠지만, 지금은 내가 가진 자원 안에서 최대한 버텨 보기로 한다. 무엇을 하든 간에 오래 버티는 사람이 결국 강자가 된다. 그런데 다음 달은 어떻게 버티지?





*  비즈니스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 지표를 정한 후, 지표의 개선을 위해 가설과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효과가 있는지 실험과 학습을 반복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한국의 대형 IT 서비스 기업을 모아서 부르는 말이다.


*** 단기간에 집중하여 코딩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기관 또는 교육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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