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글
좌충우돌 인생2막
내 나이 이제 50, 이나이에 SF소설을 출간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신기하다. 어떻게, 대단하다, 직장생활 하면서 소설을 쓰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하며 물어 보기도 한다. 소설을 준비하고 출판하기 까지 정확히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4년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반도체 신축 공장내 벽체 설치 작업을 하는 협력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제2의 인생을 산다는 생각으로 힘든 하루 하루을 이겨내며 가족의 생계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써 열심히 일을 했다.
그당시 일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아픈 발의 고통이였다. 딱딱한 안전화 속에서 내발은 물집이 잡히고 그 물집은 굳은 살로 변해 갔다. 한번은 그 굳은 살이 얼마나 커졌는지 걸을 때 마다 고통이 심했다. 안되겠다 싶어 병원을 찾아 갔는데, 의사선생님은 수술을 해서 굳은 살을 빼내지 않으면 발의 혈관을 막아 심각해질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하루 휴무를 내고 수술을 했다. 수술해서 빼낸 굳은살을 간호사는 자랑하듯 내 눈앞에 흔들며 말을 했다.
“ 이거 보세요. 이렇게 큰게 박혀 있었으니 얼마나 아팠겠어요. 이제 속 시원하시죠.” 나는 속시원 하고 뭐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살을 보며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소리 치며 말했다.
“어서 치워 주세요.”
간호사는 남자가 뭘 이런가 가지고 그러냐면서 그 굳은 살을 동료 간호사들에 보여주며 이렇게 큰 것은 처음 본다는둥 감탄사를 연발하며 서로 웃음을 공유했다. 그래도 간호사는 내 수술한 발을 정성스럽게 붕대를 감아 주며서 말을 했다.
“ 한 2주 정도는 병원에 내방해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그리고 수술한 발은 딱딱한 신발을 신으면 안돼요. 부드러운 신발을 신어 주세요.” 라고 당부하듯 친철하게 말을 했다.
나는 2주정도 치료 받아야 된다는 말에 ‘쉬어야 되나?’ 하고 생각 했다.
유행따라 메타버스
치료를 마치고 병원에서 가까운 카페에 들러 달콤한 초코 케이크와 따뜻한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남들이 일하는 이 시간에 혼자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하지만 일용직이라는 점에서, 2주 가량 쉬게 되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때, 문득 '나 대신 출근해 일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최근 유튜브에서 본 메타버스에 관한 내용이 떠올랐다. 가상 세계에서 나를 대신해 일하고 게임도 하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치 새로운 것을 발견한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나는 유튜브에서 메타버스 관련 영상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내용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그것이 제공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새로운 경험들에 대한 깊은 호기심이 내 마음속에서 커져만 갔다. 가상 세계에서 나를 대신해 일할 수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 아이디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갈망이, 내가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 수 있는 흥분으로 바뀌었다.
영상만으로는 이 흥분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하지 않아서 유튜에서 추천해준 책2권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책은 놀랍게도 다음날 도착했다. ‘역시 로켓배송’ 나는 엄지척을 내보이며 우리나라 택배 시스템을 칭찬했다.
유레카
쉬는 날동안 지금껏 한번도 하지 못했던, 그러나 한번은 하고 싶었던 카페에서의 독서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독서를 해서 그런지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메타버스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을 맴도는 궁금증이 있었다. '메타버스 안에서 내가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두 권의 책을 마친 후에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캐릭터일까, 아니면...?' 가상현실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를 현실 세계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떠오른 것이 있었다. 바로 로봇. '그래, 로봇이다. 나를 대신해 일할 수 있고, 사람이 제어할 수 있는 로봇.' 그 생각에 도달하며, 또 한번 발견의 기쁨을 느꼈다.
뉴턴이 나무에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 하고 느꼈을 기쁨을 나도 느끼며, 유레카를 외쳤다. 그렇다고 내가 로봇을 만들 입장은 아니다. 비전공자로서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은 큰 모험을 요하며,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한 목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제어 가능하며 나를 대신해 일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만약 내가 직접 만들 수 없다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책을 출간해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로봇의 이름을 '메타로봇'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