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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Nov 07. 2024

하고 싶은 걸 해도, 힘든 순간은 찾아옵니다

지루하고 재미없음을 받아들이기


당신은 2가지 선택 하나를 있다. '어제와 같은 삶', 그리고 '어제와는 다른 삶'. 만약 어제 승진을 했거나 연애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전자를 선택할 것이고, 몇 달째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은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한 뒤 저녁에 퇴근하는 일상. 누군가는 이러한 일상을 '정신과 시간의 방'에 비유하기도 한다.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이 방은 들어가는 순간 완전히 바깥세상과 차단되며 방에서의 하루는 바깥의 1년과 같다는 설정이다. 흔히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면서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고 느껴질 때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온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게 바로 이 설정 때문이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각자만의 정신과 시간의 방을 갖게 된다. 어떤 사람에겐 회사 생활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겐 공부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면 하긴 싫지만 해야 하는 걸 할 때만 이 방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가 원해서 시작한 걸 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연애이다. 연애를 하지 않아도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우연한 계기나 소개팅을 통해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한다. 별다른 문제가 없을 땐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다툼이 생기면 달라진다. 같이 있는 시간이 불편해진다. 시간이 꽤나 흐른 것 같아 슬쩍 시계를 쳐다보면 겨우 10분 정도가 지났다는 걸 알게 되고 속으로 놀란다. 그런 뒤 화해를 하고 나서는 다시 원래대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어디 사랑뿐이겠는가.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하더라도 고통스러운 시간은 아주 천천히 우리의 발목을 잡곤 한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벽에 부딪힐 때면 전보다 더 큰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 오히려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매달릴수록, 아주 작은 실패에도 마음의 상처가 쉽게 난다. 과거엔 실패해도 "어차피 하고 싶지도 않았던 건데"라며 쿨하게 넘겼던 것과 달리,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도 안된다니!"라며 더욱 자신을 자책하게 되는 것이다.






어제와 같은 삶을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익숙해진 일상에서 벗어나려 한다.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을 동경하고, 그들처럼 살기 위해 일상을 바꾸려 든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떠나고, 남몰래 이직 준비를 한다. 나 또한 그랬다. TV 속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원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살 지 궁금했고 부러웠다.



시간이 흘러 현재, 내가 원하던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일상을 보내던지 각자만의 스트레스, 각자만의 정신과 시간의 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원하지 않는 삶을 살 때 받는 스트레스보다야 훨씬 적지만 그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고, 또 다른 동경이 생겨나게 된다. 즉, 100%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한 순간에 깊게 몰입하며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그건 과거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 때도 존재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자신의 일상이 형편없고 최악이라며 불평을 해댈지도 모르겠다. 물론 당신의 기준에서는 그 말이 분명 옳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을 바꿔보면, 최악이라고 느끼는 건 오로지 현재 당신의 기준에서만 그런 것이다. 기준을 남에게 맞추거나 억지로 기준을 내려서 행복한 척 연기하라는 게 아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 현재를 인식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러한 감정에 빠져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아질 확률은 점점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당신이 언제, 어느 곳에 있었든 최고와 최악의 순간은 항상 공존해 왔다.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 당신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되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당신을 따라다닐 것이다. 원하던 사람을 만나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해도 '정신과 시간의 방'은 느닷없이 당신을 덮칠 것이다. 그건 당신의 의지와 멘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제와 같은 삶을 살건,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건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어떤 일이 일어나든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확신을 갖고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이유로 매번 색다른 길을 가보는 것보단 조금은 험하고 거칠더라도 모두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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