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 전, 10개월가량 준비했던 결혼식을 무사히 끝마쳤다. 누군가는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또 다른 사람은 상대 몰래 이벤트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딱히 그런 건 없었다. 오히려 무언가를 더하기보단 빼는데 집중했다. 화촉점화니, 결혼서약이니, 덕담이니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결국 잘 사는 건 오롯이 신랑과 신부의 몫인 것을.
뺀 시간만큼 우리가 좋아하는 걸 채우기로 했다. 바로 '노래'였다. 1곡도, 2곡도 아닌 3곡을 불렀다(물론 우리가 전부 부른 건 아니었다). 축가를 부르기 전, 그녀가 연습 때 말했던 몇 가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노래를 부르다가 얼굴을 마주 보았을 때 내가 웃고 있으면 자기가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 후렴 부분에서 손을 꼭 잡으면 좀 더 노래가 잘 되는 것 같다고 한 것. 다른 건 몰라도 그 2가지는 잘 지킨 것 같다. 식이 끝나고 나서 그녀는 자신이 실수한 것 같다며 아쉽다고 말했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며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밝게 웃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도 웃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신혼여행은 스위스로 떠났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냐'는 물음에 '스위스'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비슷했다. 스위스를 가보지 않은 사람은 부러워했고, 가본 사람은 좋았던 곳을 말해준 뒤 부러워했다. 막상 스위스 여행을 떠나고 보니 그들의 반응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분명 풍경 자체는 정말 아름다웠다. 문제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항상 볼 수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여행 내내 가장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순간은,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둘이서 대화하던 시간들이었다. 전날 밤 서로 얼마나 이를 갈았느니, 코를 골았느니 하며 놀려대다 졸리면 머리를 기댄 채 잠에 들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닌 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기절하듯 잠에 들고, 부스스한 채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갔던 순간들이 내겐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터라켄에서 마주한 융프라우,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세계 3대 미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도 무척 아름다웠지만 둘이서 떠드는 것만큼이나 즐겁진 않았다. 물론 함께 했던 순간들 중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서로가 상대의 입장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웃으며 넘어갔었기에 큰 다툼 없이 신혼여행을 잘 마무리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건,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보다 '누구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흔히 비싸고 좋을수록 우리가 느끼는 행복도도 비례할 것이라고 여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최고가 될 수도, 최악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자신이 최근 무얼 하든 별로 행복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건 '무엇'이나 '누구'의 문제가 아닌 스스로의 상태가 좋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자신에게 맞추려 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의 상식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 이해하려고 애쓰거나 상대를 바꾸려 들기보단, 처음부터 일정 수준 이상 대화가 통하거나 이해가능한 폭이 넓은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런 사람과의 관계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편안한 사랑',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일상 자체가 즐거워지는 시간을 맘껏 누리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