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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Nov 13. 2024

당신의 올 한 해는 어떠셨습니까

오늘 하루도 열심히 노를 저었을 당신을 위해


11월. 이 맘 때가 되면 한 번쯤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뱉는 말이 있다. "시간 참 빠르다" 공기가 살짝 시원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을 지나, 푸르던 나무들이 색이 변해감을 목격한 순간을 지나, 색이 변한 나뭇잎들이 하나 둘 거리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제야 가을도 어느새 지나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 해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별로인데 괜찮고, 괜찮은데 사실은 별로였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올해는 별일 없이 잘 지나가서 다행이야"라고. 또 다른 이들은 말한다. "지독하게 끔찍했던 1년이었다"라고. 전혀 상반되는 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과 꼭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저 무난한 일상이 지속되었음에도 지겹다는 생각에 자신의 한 해를 '별로였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떠올리기도 힘든 일들이 여럿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내년을 맞이할 수 있다며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살면서 느낀 진실 중 하나는, 누군가가 뱉은 말이 꼭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작은 생채기에도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은 환자처럼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로 위급한 상황임에도 평소처럼 무덤덤한 사람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매일같이 행복한 일상을 업로드하는 사람들 중 정말로 행복한 사람은 절반도 채 되지 않으며, "때려치워야지"라는 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 몇 년 동안 회사를 다니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그러니 자신의 한 해가 별로였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1년이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정말로 최악이었다고 한들,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별로였다면 괜찮게 만들면 되고, 괜찮았다면 만족하면 될 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옛말처럼, 연말까지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자꾸만 잡념으로 채우지 말고 비워내는데 집중해 보자. 그래야 내년엔 더 좋은 것들을 당신 안에 채울 수 있을 테니.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면, 점점 아무도 못 만나게 된다


한 해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현재 혼자인 사람들의 머릿속엔 또 하나 드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연말을 쓸쓸히 보내야 하는 것에 대한 외로움 말이다. 계절을 타는 사람들에겐 이런 감정들을 안고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외로운 감정이 커질수록, 나름의 방식으로 달래주고 보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감정에 휩쓸려 급작스럽게 만남을 시작했을 때 마지막에 힘들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흔히들 '사랑하면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숱한 매체를 통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지만 엄청나게 다투거나 결국엔 이혼까지 가는 경우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런 사례들과 더불어 결혼을 하면서 확실히 느낀 건, 자신이 원하는 사랑과 상대가 원하는 사랑이 어느 정도는 비슷해야 관계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잘해준다는 이유로 섣불리 만남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사귀기 전부터 몸과 마음을 전부 내어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치고 그러한 열정이 오래가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시작하기 전 확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일수록, 끝맺음 또한 먼저 할 확률이 높다. 이래나 저래나 중요한 건 딱 하나, 정말로 잘 맞는 사람과는 복잡한 고민 없이 서로에게 편한 방식으로 마음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 이것 하나만 기억해도 시답잖은 사람들은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임에도 해가 저물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해가 빨리 뜨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최근 '궤도민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유튜버가 방송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물 들어올 때 노를 제대로 젓고 있다"는 MC의 말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자신은 물이 없을 때도 노를 젓고 있었다고. 그러다 물이 조금씩 차올랐고 계속해서 노를 저었을 뿐이라고. 아마 오늘 하루 당신은 당신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노를 저으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공을 들인 만큼 앞으로 나가가길 바랐지만, 그렇지 않은 날들도 있었을 것이다. '언젠간 물이 들어올 것이다'라는 막연한 말이 되려 당신의 힘을 빠지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 막연함을 믿고 노를 젓는 당신의 용기와 우직함이 빛을 보게 될 날이 하루빨리 당겨지길 진심으로 응원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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