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신발을 신고 매일 걸어간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종종 '타고난 자'에 대한 묘사가 등장하곤 한다. 그저 몇 번의 동작, 몇 마디의 말만으로도 소위 천재라 불린 자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람. 이와 반대로 아무런 재능이 없었지만 매일 끊임없는 노력으로 결국 천재들을 꺾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노력과 재능. 내가 시작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더욱 중요할까.
나는 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마치 그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저 사람은 다른 일을 했어도 언젠간 저 일을 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위 1% 내에 있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들의 사고와 그것을 현실에 녹여내는 실천력을 보고 있으면 압도적인 재능 앞에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흔히 재능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 중 하나에 속한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재능을 본 적이 없거나, 혹은 재능 있는 사람이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마 노력이 재능보다 앞선다고 믿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전자에 속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재능을 볼 기회도 부족하거니와, 그런 재능을 본다고 해도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능력을 타고난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노력하지 않는 재능은 소용없어"라고 말한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일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발 빠른 토끼가 자신의 속도를 지나치게 과신한 나머지 나무 밑에서 잠을 자버렸고, 느리지만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간 거북이가 마지막에 이길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재능 있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게으르다'는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기 쉬워졌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재능 있는 자가 게으르다'는 말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 수 있었다. 자동차 영업을 한다고 했을 때 한 사람은 한 달 동안 겨우 한 대의 차를 파는 반면, 다른 사람은 타고난 수완으로 5대가 넘는 차를 팔았다고 해보자. 시간이 흐르면서 누가 더 차를 많이 팔게 될까? 앞선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기 쉬워진다. '5대를 판 사람은 초반의 성과만 믿고 게을러질 거고, 한 대밖에 팔지 못한 사람은 더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5대를 판 사람보다 더 많은 차를 팔게 될 거야' 실제로는 5대를 판 사람은 매달 그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차를 팔게 되고, 한 대를 겨우 판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비슷한 실적을 기록하다 결국 다른 길을 찾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이처럼 현실에서 재능이 있으면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은 허상에 불과하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한다고 느끼는 동시에 그에 대한 보상이 따라오면, 사람은 알아서 더 노력하게 된다. 물론 가끔 노력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날도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화 속 토끼처럼 경주에서 질 정도로 지나치게 게을러지는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건 '게으른 사람이 재능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에 더 알맞은 것이지, '재능 있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타고난 능력을 가졌지만 겸손한 성향의 사람들도 종종 오해를 만들곤 한다. 그들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말을 했다기보단 그들이 자신의 재능보다 노력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말을 하기 때문이다. "저는 재능 있다기보단 매일 노력을 했어요." 그 말을 믿은 사람들은 자신도 노력하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슬프게도 모든 사람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을 찬다고 월드클래스의 축구선수가 되진 않는다. 거북이가 토끼를 정말 운 좋게 경주에서 한 번은 이길 수 있겠지만 그 이후 수십, 수백 번의 경주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건 동화에서 말해주지 않는 사실이다.
재능이 무조건 노력보다 앞선다는 게 아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외면한 채 '노력하면 무조건 할 수 있어'라고 믿는 건 몸과 마음을 서서히 상하게 만든다. 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누구에게나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자신 또는 타인의 시선에 어떻게 보일지는 몰라도 말이다. 다른 사람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그 길만이 옳다고 생각하기보단, 그 길을 걷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돌아보고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성공이라는 머나먼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건 두 가지다. 발을 보호해 줄 신발과 그 길을 향해 걸어가는 것. 나는 신발이 재능이고, 걸어가는 행위가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신발을 신어도 걷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매일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가더라도 신발이 없으면 발이 버티질 못한다. 남들처럼 좋은 신발을 신지 못할 수도, 남들보다 적은 거리를 걸어가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계속 조금씩 걷다 보면 언젠간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그 길을 걷는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